“운동훈련 중 부상, 위험고지 안했어도 과실 아냐”

2024-12-06 00:00:00 게재

초등생, 중심잡기 훈련 중 넘어져 골절상

대법 “예상치 못한 사고로 볼 여지 있어”

태권도 수업 중 초등학생을 다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태권도 관장에 대해 대법원이 업무상 과실이 없다고 판결했다. 수업 중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미리 고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충분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볼만한 근거가 부족해 업무상 과실을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태권도학원 관장 A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15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전주지방법원 항소부로 돌려보냈다고 6일 밝혔다.

전주에서 태권도 학원을 운영하던 A씨는 2020년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높이 31㎝, 상단 원지름 12㎝, 하단 원지름 21.5㎝의 타원형 모형의 교구인 ‘원탑’ 위에 올라가 중심을 잡는 일명 ‘중심잡기’ 수업을 했다.

이 과정에서 8세인 피해 아동은 원탑 위에서 떨어져 약 3개월간의 치료가 필요한 왼쪽 팔꿈치 골절상을 입었다.

검찰은 A씨가 중심잡기 훈련을 하면서 원생들에게 부상의 위험을 미리 설명해 주지 않은 점, 부상 방지를 위한 자세 연습을 시키거나 충격을 충분히 흡수할 수 있는 안전매트를 따로 설치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주의의무 위반이 있다며 업무상과실치상 혐의가 있다며 기소했다.

1심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중심잡기 훈련을 할때마다 매번 준비운동을 했고, ‘훈련 중에 밀거나 장난치면 안 된다’는 내용의 안전 교육을 반복했다는 점, 당시 태권도장에는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바닥이 설치돼 있었던 점 등을 들어 A씨의 업무상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2심은 A씨가 원생들의 부상을 방지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고 벌금 150만원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운동 수업 중이었으므로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했을 것인데도 이에 미흡해 8세의 어린이가 작지 않은 상해를 입게 됐다”며 “다만 A씨의 주의의무위반 정도가 중하다고 평가하기는 어렵고, 초범인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사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대법원에서 다시 무죄로 뒤집혔다. 대법원은 “원탑 훈련 중 넘어지는 것은 훈련 목표 달성을 위한 불가피한 과정”이라며 “이전에 골절상과 같은 심각한 사고가 발생한 적이 없고, 31㎝ 높이는 8세 아동에게 지나치게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반적인 태권도장 매트가 설치돼 있었고, 이는 통상적인 부상을 막기에 충분했다”며 “피해 학생이 1년5개월간 여러 운동을 하면서도 이번 사고 외에는 특별한 부상이 없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예상치 못한 사고로 볼 여지가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업무상 과실은 업무 성질이나 담당자 지위에 비춰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게을리한 경우를 말한다”면서 “이 사건에서 피고인에게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내렸다.

그러면서 “원심의 판단에는 업무상과실치상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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