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군, 선관위에 300명 투입 왜?
김용현 “부정선거 수사 목적”
야간 당직자 등 휴대전화 압수
경찰, 지난 8월 이미 불송치 결정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던 지난 3일 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청사 등에 국회 보다 많은 계엄군 300여명이 출동해 그 배경에 관심을 모은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부정선거 의혹 관련 수사 필요성을 판단하기 위해”라고 밝혀 의문이 제기된다. 하지만 경찰은 이미 지난 8월 혐의가 없다며 불송치 결정했다.
지난 4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용빈 선관위 사무총장은 “3일 밤 10시24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후 10시30분 계엄군 10여명이 중앙선관위 청사 내에 투입됐다”며 “4일 0시30분 계엄군 100여명이 추가로 청사에 투입됐다”고 밝혔다.
최초 투입된 계엄군은 야간 당직자 등 5명의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행동을 감시하며 청사출입을 통제했다. 추가 투입된 110여명은 1층 로비 등에서 경계작전만 실시했다고 한다. 서울 관악구에 있는 중앙선관위 관악청사(47명)와 경기 수원 선거연수원(130명)에도 계엄군이 진입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선관위 측은 “중앙선관위 과천청사, 관악청사, 선거연수원 등에 약 300명의 계엄군이 진입했다”며 “총 3시간 20여분 동안 점거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계엄군 작전 과정에서 별다른 충돌은 없었으며, 부상자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계엄군은 수원 선거연수원과 서울 관악청사에도 각각 130여명, 50명가량 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두 곳에선 청사에 진입하지 않았다고 한다.
선관위에 투입된 계엄군은 총 300여명으로 국회 경내에 들어온 계엄군(280명)보다 많았다. 또한 계엄군이 선관위 청사에 처음 투입된 시간 역시 국회 출입문을 통제한 시각보다도 빨랐다.
이에 김 사무총장은 “계엄군이 왜 선관위에 진입했는지 이유를 정확히 모르겠다”며 “선관위는 계엄법 대상이 안된다 생각한다. 계엄이 이뤄진다 해서 선관위 업무를 이관해야 할 필요가 없다 생각한다”고 말했다.
계엄군이 국회 보다 많은 선관위에 투입된 것과 관련 의혹이 제기되자 김용현 전 장관은 부정선거 의혹 수사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김 전 장관은 언론에 밝힌 입장문을 통해 “많은 국민이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함에 따라 향후 수사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시스템과 시설 확보가 필요하다 판단했다”고 선관위 출동을 지시한 이유를 밝혔다.
보수 일각에서 제기되는 ‘선관위 부정선거론’ 진위를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는 의미이다. 실제로 계엄군은 중앙선관위 청사 정보관리국 사무실에도 진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이번 비상계엄 선포 당시 계엄군이 중앙선관위에 진입한 데 대해 부정선거 의혹 수사를 위한 것이라는 김 전 국방부 장관의 발언이 나온 가운데 해당 의혹은 이미 경찰이 수사 후 무혐의 판단한 바 있다.
육사 출신의 장재언 박사는 지난 4월 10일 치러진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전산 조작이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공직선거법 위반, 직무유기, 공전자기록 위변작, 직권남용,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중앙선관위 관계자 5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그는 “지난 총선에서 사전투표와 본투표 차이가 15~20%가 나 대수의 법칙에 위배되는 결과가 나왔다”며 “피고발인 5명이 전산 조작을 한 결과”라는 취지의 주장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로부터 사건을 건네받아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지난 8월 수개월 수사 끝에 피고발인들에게 혐의가 없다고 보고 불송치 결정했다.
경찰은 피고발인들이 선거 관련 시스템을 기술적으로 지원할 뿐, 직접적인 선거 사무는 시군구 선관위에서 하기 때문에 혐의가 성립할 수 없다고 봤다. 아울러 사전투표와 본투표의 결과 차이가 커 대수의 법칙에 위배된다는 고발인의 주장에 대해 사전투표는 그 자체가 모집단에 해당해 이 법칙을 적용할 수 없다고 했다.
이 사건은 불송치 결정 90일 이상이 지난 현재까지 검찰의 재수사 요청이 없는 상태이다. 검찰은 불송치 사건에 대해 90일 이내에 재수사 요청을 할 수 있다.
부정선거와 관련한 의혹은 21대 총선 등에서도 제기됐다. 이에 따라 투표함 보전 요청 등 많은 조치가 이뤄졌으나,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 적은 없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