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뒤흔든 윤 대통령, 나흘째 ‘버티기’
계엄 혼란 사과커녕 “잘못없다” 고집
중앙선관위 계엄군 투입에 의문 증폭
대통령실 참모들, 언론 피하며 침묵만
12.3 비상계엄 사태로 나라를 뒤흔든 윤석열 대통령이 사태발발 나흘째인 6일도 침묵을 이어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대규모 계엄군 투입 등 비상계엄 배경을 둘러싼 의혹이 증폭되고 있지만 윤 대통령은 “잘못없다”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고 한다. 최고 국가지도자로서 최소한의 위기 수습 의지도 보이지 않은 채 그저 임기 사수를 위한 버티기에 들어갔다는 해석이 나온다.
6일 대통령실 관계자는 “(검토되던) 대통령 입장 발표는 하지 말자는 쪽이 더 많다”고 전했다.
전날만 해도 대통령실에선 계엄 선포와 해제 등으로 인한 혼돈 상황에 대한 사과 등 대통령이 최소한의 입장표명을 하리라는 예상이 있었지만 무산됐다. 대통령실 참모와 여당 쪽에선 이번 사태에 대한 유감표명이나 대국민사과에 무게를 두며 대통령 담화를 추진했지만 윤 대통령이 “계엄은 야당의 폭거로 인한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특히 여당 내에선 지난 4월 총선 직전에 이뤄진 의대 증원 관련 담화의 ‘악몽’이 까딱하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고 한다. 당시 전공의 이탈 장기화 등으로 인해 국민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 대통령이 사과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정작 윤 대통령은 의대 증원 정책의 정당성을 강조하거나 의료계를 ‘집단 카르텔’로 모는 담화를 51분간 이어갔다. 대통령의 ‘의대 증원 담화’는 안 그래도 패색이 짙었던 여당에게 총선 패배를 확정지어준 사건으로 꼽힌다.
이번에도 윤 대통령이 야당 탓을 하며 계엄의 정당성을 강조할 경우 7일 국회의 대통령 탄핵안 표결을 앞두고 몰아칠 후폭풍은 상상 이상일 수 있다. 국민여론은 물론 여당 의원들에게도 어떤 영향을 줄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윤 대통령은 7일 국회에서 이뤄질 대통령 탄핵안 표결까지 침묵을 지킬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도 전날 김용현 국방부장관 면직과 후임 장관 지명, 계엄사령관을 맡았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의 사의 반려를 알린 것을 제외하곤 공개 활동을 최소화했다. 김 장관 사의 수용을 알린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은 1분 남짓 걸린 발표 후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브리핑실을 떠나기도 했다.
다만 윤 대통령의 이같은 ‘버티기’가 언제까지 용납될지는 미지수다. 이 와중에 계엄 당시 중앙선관위에 국회보다 더 많은 병력이 투입됐고, 그 이유가 부정선거 의혹 수사 필요성을 검토하기 위해서라는 김 장관의 발언이 검토되면서 파장이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김용현 장관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선관위에 대한 계엄군 투입 목적이 “부정선거 의혹 조사”라고 밝힌 데 대해 “정부 여당이 참패한 지난 총선이 조작됐으므로, 계엄군을 통해 강제 수사하려 했다는 것”이라면서 “극우 음모론에 중독된 윤 대통령과 그 일당들이 자신들의 판타지를 실현하기 위해 계엄을 선포하고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눈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른 민주당 인사는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는 지난 총선이 부정선거였다는 자신의 가설을 입증해 결국 국회 해산으로까지 가려는 것 아니었냐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