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표결’ 국회 앞에서 대규모 집회

2024-12-07 17:04:45 게재

경찰 추산 10만명, 주최측 추산 1백만명

보수단체는 광화문 세종대로 일대서 모여

7일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시민들이 국회 앞에 집결했다. 반면 윤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보수 단체들은 광화문 일대에 모여 맞불 집회를 벌였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날 오후 3시부터 국회 앞에서 ‘범국민 촛불 대행진’을 열고 있다.

이날 저녁 7시 기준 여의도에는 경찰 비공식 추산 10만2000명(최대 15만9000명)이 집결했다. 주최측은 100만명이 모였다고 주장했다.

시민들은 국회 본회의에서 먼저 상정된 ‘김건희 여사 특검법’ 재표결 과정을 대형 스크린을 통해 생중계로 지켜봤다. 오후 5시 44분쯤 특검법이 부결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현장 분위기는 한껏 격앙됐다. 일부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쪽팔린다” “위헌정당 해산하라” 등의 목소리가 나왔다.

지역에서 올라왔다는 40대 김 모씨는 김건희 특검 부결 후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부결 결과가 나왔다”며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도 통과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명백하게 내란을 저질렀는데 그냥 놔둔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안 돼 허탈하다”며 “앞으로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사람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

서울에 거주하는 30대 오 모씨는 “충격적인 계엄 상황이 발생했었기 때문에 특별법이 통과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아니었다”며 “국민의힘도 입장을 바꾸지 않을까 했는데 오히려 더 뭉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오전 대통령 담화와 한동훈 대표 발언 듣고 아 역시 이들은 바뀌지 않는구나 생각했다”며 “라면 끓는 시간보다 빨리 끝나는 담화, 진정성 없이 모호한 내용이 그렇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후 대형 스크린을 통해 국회 본회의를 지켜보던 시민들은 국민의힘 불참에 따른 재적 의원 미달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투표가 성립되지 않을 수 있다는 소식에 격앙하는 분위기를 보였다.

사회자는 “일어나서 천천히 이동해 국회를 에워싸자”고 외쳤고, 시민들은 동·서쪽으로 나눠 국회를 둘러싸는 행진 대열을 만들기 시작했다.

다만 국회 정문이나 담벼락, 경찰 바리케이드를 넘으려는 참가자들은 다른 시민들이 제지하는 분위기다. 주변에서는 ‘평화 시위’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시민들은 “윤석열을 탄핵하라” “국민의힘은 탄핵 표결에 동참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여의도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내란죄 윤석열 퇴진! 국민주권 실현! 사회대개혁! 범국민촛불대행진’에서 참석자들이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다. 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시민 수백명은 오후 8시쯤 국민의힘 당사를 찾아 연좌하면서 “내란 동조, 국힘 해체”를 연호하기도 했다. 또 다른 시민들은 양쪽 도로가 폐쇄된 국회 앞에서 “국힘 의원들은 표결에 참석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8년 전 촛불집회 때 수능을 끝낸 고3이었다는 20대 김 모씨는 “한 명 의원 마음이라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나왔다”며 “그런데 국힘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나가며 국민을 처참히 무시하는 것을 봤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제 시작인 것 같은데 앞으로도 집회에 나오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30대 정 모씨는 “우리 지역구 의원이 표결에 불참하는 것을 보고 굉장히 실망했다”며 “지역구 대표인데 민의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이 할 수 있는 일은 광장으로 나오는 것”이라며 “재표결이 있을 때 또 나오겠다”고 밝혔다.

반면 보수 성향 단체인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 자유통일당, 전국안보시민단체총연합 등은 이날 오후 1시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맞불 집회를 열었다.

이날 오후 4시 30분 기준 동화면세점 등 세종대로 일대에는 경찰 비공식 추산 2만명이 모였다. 주최측은 100만명이 모였다고 주장했다.

인파가 늘면서 세종대로 9개 차로 중 7개 차로로 집회 장소가 확장됐다.

집회 참가자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면서 “대통령을 지켜내자” “이재명을 구속하자” 등 구호를 외쳤다. 군복을 입은 중장년층 참가자도 곳곳에서 보였다.

장세풍, 이재걸, 박광철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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