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탄핵 무산 후폭풍 직면…‘한동훈 책임론’ 제기

2024-12-08 09:40:02 게재

탄핵 원한 민심에 ‘역주행’ 비판 … 야 “여당은 군사반란 정당”

한 대표 겨냥해 “정치를 사적욕망 채우는 수단으로 이용 안돼”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을 무산시키자, “탄핵을 바라는 민심을 정면으로 거스른 행태”라는 비판이 쏟아진다. 특히 탄핵 무산을 주도한 한동훈 대표를 겨냥해 “대선 플랜의 유불리만 따져 탄핵을 막은 것 아니냐”며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나온다.

8일 야권은 윤 대통령 탄핵 무산 사태와 관련, 국민의힘을 맹비판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탄핵안 폐기 직후 “국민의힘은 헌정질서를 파괴하고 군사 반란, 내란 행위에 적극 가담했을 뿐 아니라 이들의 책임을 묻는 것에 대해서도 반대했다”며 “얄팍한 기득권을 지키겠다고 국민의 염원을 버렸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은 민주정당이 아니다. 내란 정당이자 군사반란 정당”이라고 말했다.

한숨 내쉬는 한동훈 대표
한숨 내쉬는 한동훈 대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7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무산에 대한 입장을 밝힌 뒤 귀가하는 차에 올라 한숨을 내쉬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오늘 군사반란의 공범임을 자인했고, 내란 수괴의 직무정지에 반대해 내란 상태를 지속시켰다”며 “역사와 국민에게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다”고 비난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국민의 배신자가 됐다. 을사오적처럼 ‘갑진백적’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여당이 ‘탄핵 트라우마’가 두려워 탄핵소추안을 거부했다는데 국민에게 비상계엄 트라우마를 안겨준 이가 누군가”라고 압박했다.

특히 여론과 야권은 한 대표를 정조준하는 모습이다. 한 대표는 탄핵안 표결을 앞두고 “당 대표로서 준비 없는 혼란으로 인한 국민과 지지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탄핵안이) 통과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5일)→“새로이 드러나고 있는 사실을 감안할 때 윤 대통령의 조속한 직무집행정지가 필요하다고 판단한다”(6일)→“윤 대통령의 조기 퇴진이 불가피하다”(7일)며 입장이 오락가락했다. 탄핵 반대→찬성→반대로 바뀐 것으로 해석된다. 친한에서는 한 대표가 윤 대통령으로부터 ‘2선 후퇴’란 ‘항복’을 받아내기 위해 ‘탄핵 카드’를 썼다고 설명한다. 애당초 탄핵에 찬성하지 않았지만, 윤 대통령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한 대표가 차기 대선에서의 유불리만 따져 계엄 사태에 대응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한다. 탄핵이 가결되면 5∼6개월 뒤에 차기 대선을 실시해야 한다. 탄핵 당한 정당 후보가 대선에서 이기기는 쉽지 않다. 2017년 박근혜 탄핵 이후 실시된 대선에서 여당은 참패했다. 당시 탄핵으로 보수진영은 ‘폐족’ 위기에 내몰렸다. 이 때문에 한 대표가 탄핵 대신 민심을 수습할 시간을 벌 수 있는 윤 대통령의 ‘질서 있는 퇴진’을 택했다는 관측이다.

실제 한 대표는 7일 탄핵안을 폐기시키면서 ‘질서 있는 퇴진’을 내걸었다. 자신의 ‘최대 정적’인 윤 대통령을 향해 “대통령 퇴진 시까지 대통령은 사실상 직무 배제될 것”이라며 ‘정치적 사망선고’를 내렸다. “국무총리가 당과 협의해 국정 운영을 차질 없이 챙길 것”이라며 자신이 국정운영의 투톱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대표는 다음 대선 때까지 자신의 주도 아래 정국이 흘러갈 것이란 구상을 내비친 것이다. 여권 인사는 8일 “한 대표가 탄핵안을 무산시키면서 윤 대통령을 유폐시키고 국정주도권을 쥐게 됐다”며 “다음 대선까지 시간도 벌게 됐으니 탄핵 무산의 최대 수혜자는 한 대표가 됐다”고 말했다.

다만 한 대표가 탄핵을 절실하게 바랐던 민심과 반대로 내달린 대목은 향후 대선 도전을 꿈꾸는 그에게 ‘정치적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진보층 뿐 아니라 중도층에서도 윤 대통령이 초래한 계엄 사태에 대한 분노는 매우 높았다. 윤 대통령 탄핵에 대한 찬성 여론은 압도적이었다. 이같은 여론이 한 대표에게 “대선 유불리만 따져 탄핵을 무산시켰다”며 책임을 물으려 한다면 한 대표의 대선 도전에 결정적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이재명 대표는 7일 한 대표를 겨냥해 “정치를 그렇게 사적 욕망을 채우는 수단으로 이용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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