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터 차 “윤 2차 계엄땐 미국이 직접 개입”
“계엄 탓, 한국 민주주의 불확실성 빠져”
“윤 퇴진이 거의 확실하게 예견되는 결과”
빅터 차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7일(현지시간)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사태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퇴진이 확실하게 예견되는 결과이지만, 한국이 겪은 과거 정치위기와 달리 이번에는 한국 민주주의가 불확실성에 빠졌다고 경고했다.
차 석좌는 이날 보도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에서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는 거의 반세기 전 한국 군부 독재자들의 시대를 연상케 한다”면서 “그의 행동은 중국과 북한, 러시아의 위협이 고조되는 가장 부적절한 시점에 한국에 장기적인 정치적 불안정을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전날 한국 국회에서 탄핵소추안 표결이 무산되기 전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기고문에서 그는 “현재로서는 현직 대통령의 퇴진(removal)만이 식별 가능한 유일한 결과(the only identifiable outcome)로 예견되지만, 그 시점과 과정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한국과 미국, 전 세계가 큰 경제적·정치적 비용을 치르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2016년 박근혜 탄핵 사태와 조기 대선, 박빙의 득표율 차이로 승패가 갈렸음에도 선거불복 사태 등이 없이 곧바로 확정된 2022년 한국 대선 결과 등을 사례로 들며 “이전의 한국 정치 위기들은 한국 민주주의의 저력을 재확인하는 방식으로 끝이 났다”고 평가했다.
차 석좌는 그러나 이번 계엄 사태를 놓고는 “이번에는 민주주의의 회복력이 확실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국회가 계엄령을 철회한 뒤 병력을 병영으로 복귀시켰지만 위기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면서 “70% 이상의 국민이 윤 대통령의 퇴진을 원하지만, 여당은 아직 야당의 탄핵 요구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위기는 이미 서울 도심의 대규모 시위를 촉발했으며, 신속한 해결이 없다면 이런 시위는 더욱 커질 것”이라면서 “대통령은 사퇴를 거부하고, 야당 대표를 부패 혐의로 투옥해 다음 선거 출마 자격을 박탈하려 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그는 “이 상황이 어떻게 끝날지는 모르지만 악몽 같은 시나리오는 군이 다시 거리로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의 분노와 좌절이 정치적 혼란 속에 2차 계엄 선언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짚었다.
차 석좌는 그런 시나리오가 현실화한다면 한국 민주주의에 ‘치명적인 영향’(dire implications)을 미칠 것이라면서 군은 최고통수권자의 지시에 불복종하라는 압박을 받게 되고 한국 증시와 경기가 곤두박질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북한은 혼란을 틈타 서해상에 새 해양 경계를 주장하는 등 도발에 나설 수 있고, 미국과의 외교관계에서도 후폭풍이 몰아칠 것이라고 말했다.
차 석좌는 “지금까지는 미국이 신중한 태도로 어느 편도 들지 않고 법치와 헌법적 절차로 위기를 해소할 필요성에 초점을 맞춰왔다”면서도 “그러나 2차 계엄령 선언이 있을 경우, 워싱턴은 한국 대통령에 반대하는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민주적 가치와 자유’를 자신이 집권하는 동안 세계에서 한국이 맡을 역할의 주제로 삼아왔다는 건 아이러니”라며 “그는 국내에서 가장 비민주적 행동을 한 것으로 기억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차 석좌는 “지도자 자리에서 그의 퇴진은 거의 확실하지만 (그 과정에서) 민주주의, 안보, 국가의 번영 그리고 이를 위해 일해 온 모든 이들을 희생하는 일이 없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한반도 문제 전문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차 석좌는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북핵 6자회담 미국 측 차석대표 등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