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아사드 모스크바에…망명 허가”
바이든 “아사드 몰락은 시리아 미래 위한 기회” … 러, 유엔 특별회의 요청
알아사드 대통령은 반군의 수도 점령 직전 다마스쿠스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은 이날 크렘린궁의 한 소식통을 인용해 “아사드와 그 가족이 모스크바에 도착했다”면서 “러시아는 인도주의적 고려에 따라 그들에게 망명을 허가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로이터통신은 항공기 항로 추적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Flightradar24)를 토대로 다마스쿠스가 시리아 반군에 함락됐다는 보도가 나온 무렵 항공기 한 대가 다마스쿠스 공항을 이륙했다고 보도했다.
알아사드 대통령은 쿠데타로 권력을 잡아 1971~2000년 장기 집권한 아버지 하페즈 알아사드로부터 권력을 넘겨받았으며, 알아사드 부자가 53년간 독재 철권통치를 해왔다.
알아사드 대통령은 특히 내전 발발 후에는 화학무기까지 써가며 민간인을 무차별적으로 학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국제사회에선 ‘중동의 불사조’로 불리며 최악의 학살자, 전쟁 범죄자로 거론돼 왔다.
러시아는 이란과 함께 알아사드 정권을 지원해왔다. 2015년부터 시리아 내전에 개입해 정부군을 지원하며 반군 진압을 거들었다. 러시아는 시리아에 해군기지와 군사 비행장 등을 두고 있기다.
아사드 정권이 축출된 이날 러시아 외무부는 “시리아에서 포용적 과도정부를 수립하려는 노력을 지지한다”고 입장을 냈다. 아울러 시리아 상황에 대한 비공개 특별 회의를 9일 열어줄 것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요청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아사드 정권은 문자 그대로 수십만명의 무고한 시리아인을 잔인하게 고문하고 살해했다. 아사드 정권의 몰락은 근본적인 정의의 행동”이라며 “오랫동안 고통을 받던 시리아 국민이 더 나은 미래를 건설할 수 있는 역사적인 기회의 순간”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 모두 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에 대해 질문하는 가운데 이것은 리스크와 불확실성의 순간이기도 하다”라면서 “미국은 파트너 및 시리아의 이해당사자들과 협력해 그들이 위험을 관리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모든 시리아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독립적인 새 정부를 만드는 데 협력하겠다”고 밝힌 뒤 미국의 대우크라이나 및 이스라엘 지원 등으로 아사드 정권을 후원한 러시아, 이란, 헤즈볼라의 힘이 약화했다면서 “우리의 접근 방식이 중동에서의 힘의 균형을 변화시켰다”고 평가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전날 반군이 수도를 함락시키기 전에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글에서 “이건 우리의 싸움이 아니다. 개입하지 말라”고 말했다.
이는 미국이 시리아 사태에 군사적으로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지만, 바이든 정부 인사는 군사적으로 개입할 의도가 없었다고 AP통신에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은 아사드 정권 붕괴 뒤에는 “알아사드는 사라졌다. 그는 자신의 나라를 떠났다. 그의 보호자인 러시아가 더 이상 그를 보호하는 데 관심이 없었다”고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튀르키예, 이란을 포함한 8개국 외무장관들은 전날 밤 카타르 도하에서 진행 중인 ‘도하 서밋’을 계기로 유엔의 시리아 특사 예이르 페데르센와 함께 시리아 정세를 논의했으며, 앞으로 추가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페데르센 특사는 시리아의 ‘질서있는 정치 이양’을 보장하기 위해 스위스에서 제네바에서 긴급 회담을 모색하고 있다고 AFP는 전했다.
시리아 주변국은 국경 폐쇄에 나섰다. 레바논은 수도 베이루트와 다마스쿠스를 잇는 도로를 제외한 모든 육로 국경을 닫았고, 요르단도 시리아와의 국경 검문소를 폐쇄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