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내 삶의 오래고 근원적 배움”
한강 노벨문학상 작가 강연
“광주, 인간 잔혹성 존엄함 공존”
“계엄 상황 전개에 큰 충격”
“세계는 왜 이토록 폭력적이고 고통스러운가? 동시에 세계는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가?” 한강 작가는 7일(현지시간) 스웨덴 한림원에서 열린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강연을 통해 30여년 동안의 작품 세계를 정리했다.
이 강연에서 한 작가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소년이 온다’를 쓰게 된 계기와 당시의 마음에 대해 털어놓았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은 1980년 계엄 상황에서 벌어졌다.
광주에서 학살이 벌어졌을 때 한 작가는 9세였다. 이후 12세에 그는 서가에 거꾸로 꽂힌 광주 사진첩을 읽게 된다. 이 사진첩에서 그는 신군부에 저항하다 곤봉과 총검, 총격에 살해된 시민 학생들의 사진과 총상자들에게 피를 나눠주기 위해 대학병원 앞에서 끝없이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의 사진을 함께 보게 된다. 이후 그는 2종류의 사진에 대해 “인간은 인간에게 (어떻게) 이런 행동을 하는가” 생각한다.
2012년 그가 ‘삶을 껴안는 눈부시게 밝은 소설’을 쓰려고 애쓰던 어느 날, 그는 다시 풀리지 않는 의문들을 만나게 된다. 한 작가는 “오래 전에 이미 나는 인간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 그런데 어떻게 세계를 껴안을 수 있겠는가?”라면서 “그 불가능한 수수께끼를 대면하지 않으면 앞으로 갈 수 없다는 것을, 오직 글쓰기로만 그 의문들을 꿰뚫고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순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간은 어떻게 이토록 폭력적인가?”라면서 “동시에 인간은 어떻게 그토록 압도적인 폭력의 반대편에 설 수 있는가?”라고 질문했다. 이어 광주에 대해 “인간의 잔혹성과 존엄함이 극한의 형태로 동시에 존재했던 시공간을 광주라고 부를 때, 광주는 더 이상 한 도시를 가리키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보통명사가 된다는 것을 이 책을 쓰는 동안 알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한 작가는 자신의 작품들에 대해 “어쩌면 내 모든 질문들의 가장 깊은 겹은 언제나 사랑을 향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라면서 “그것이 내 삶의 가장 오래고 근원적인 배움이었던 것은 아닐까?”라고 밝혔다.
이에 앞선 6일(현지시간) 한 작가는 스웨덴 스톡홀름 노벨상박물관에서 열린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2024년에 다시 계엄 상황이 전개되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면서 “바라건대 무력이나 강압으로 언로를 막는 방식으로 통제하는 과거의 상황으로 돌아가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한 작가는 10일 노벨문학상 시상식 무대에 오른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