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하는 오세훈…할말 많은 홍준표
대선주자 단체장들 엇갈린 행보
정치색·향후진로 고려 각자도생
“국민보다 국힘 편” 비판도 나와
국회의 표결 불발에도 국민들 탄핵 요구가 빗발치는 가운데 여당 대선주자급 단체장들의 행보가 엇갈리고 있다.
9일 내일신문 취재에 따르면 탄핵 열기가 가장 뜨거운 서울의 오세훈 시장은 주말 집회 이후 입을 닫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8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임시국무위원 간담회 이후 책임총리제 언급이 있었냐는 기자들 질문에 “정치적인 얘기는 여기서 나올 상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총리로부터 지자체와 관련한 언급이 있었냐는 물음에 대해서도 “별도의 말씀은 없었다”며 “평소와 다름없이 국민들이 안정감 느끼면서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각 부처가 최선의 노력을 다하자는 취지의 말씀이 있었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앞서 3일 밤 계엄령 발표 뒤 국민의힘 지방자치단체장 가운데 가장 먼저 탄핵 반대 입장을 표했고 6일엔 자신의 SNS를 통해 ‘책임총리제 전환과 비상관리 내각 구성’을 주장했다. 하지만 7일 국회에서 탄핵이 불발된 뒤에는 별도의 의견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각종 정치 사안에 활발하게 입장을 내던 최근 모습과 비교할 때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또다른 대선주자급 광역단체장인 홍준표 대구시장은 정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다. 홍 시장은 탄핵 표결이 있던 주말 사이 8차례나 SNS에 글을 올리며 적극적인 의견 개진에 나섰다. 사태 초기부터 탄핵 반대 입장을 밝혔던 홍 시장은 7일 국회에서 탄핵이 부결되자 “환영한다”는 글을 올렸고 9일엔 “그대는 아직도 어엿한, 대한민국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라며 윤 대통령을 응원했다.
하지만 연이은 홍 시장 메시지의 핵심은 탄핵 보단 한동훈 대표 저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8일엔 “그러지 말고 너도 내려오너라”고 한 대표를 겨냥했고 9일 또다시 “(대통령이 거취를) 당에 위임한다고 했지 언제 애에게 위임한다고 했나”며 한 대표를 직격했다.
두 단체장의 엇갈린 행보는 각자의 정치적 셈법에 따른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오 시장은 보수진영 주자 가운데 상대적으로 중도층 지지가 많은 정치인이다. 특히 서울은 국회를 포함해 비상계엄 피해를 가장 직접적으로 겪은 지역이다. 국민의 분노가 임계점을 향하는 가운데 섣불리 추가 입장을 밝히기 어려운 위치에 있다.
홍 시장 입장은 다르다. 보수 텃밭 ‘대구’를 대표하는 정치인인데다 연이은 탄핵으로 보수 궤멸을 우려하는 보수 입장을 대변해 탄핵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탄핵 찬성 여론이 70%를 넘는 상황에서도 대통령을 비호하며 대신 자신의 정치적 경쟁자가 될 수 있는 한 대표 저격을 위해 현 상황을 활용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두 단체장이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국민적 바램인 탄핵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에선 다를게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단체장들의 첫번째 책무는 재난 상황에서 주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라며 “쿠데타에 준하는 계엄이 시도된 상황에서 국민이 아닌 당과 진영을 챙기는 모습에선 두 단체장 모습이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