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달러 순대외금융자산, 외환시장 방어막 충분”

2024-12-09 00:00:00 게재

한은, 탄핵정국속 외환시장 요동에도 자신

외화준비금 급감 우려, 4000억달러 위태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정국 불안정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외환시장도 출렁이고 있다.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요동치는 등 불안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외환보유고를 관리하는 한국은행은 일시적인 변동성에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며 시장안정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한은에 따르면, 우리나라 순대외금융자산은 올해 3분기 기준 9778억2000만달러로 2분기(8584억5000만달러) 대비 13.9%(1193억7000만달러) 늘었다.

해외에 가지고 있는 내국인의 대외금융자산은 2조5135억1000만달러이다. 외국인이 국내에 가지고 있는 대외금융부채(1조5356억9000만달러)를 크게 앞섰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외환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때마다 막대한 대외자산이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고 강조해 왔다. 이 총재는 지난달 미국 워싱턴에서 기자들과 만나 외환시장 변동성 우려에 대해 “과거 외환위기 때와 달리 지금은 우리가 채권자이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이유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도 올해 6월 ‘순대외금융자산이 경제안정과 금융국제화에 미치는 영향 분석’보고서에서 대외자산 흑자구조가 가지는 순기능을 분석했다.

보고서는 “순대외금융자산 흑자국은 외환위기 위험을 낮출 수 있는 시장친화적 안전장치가 마련됐음을 시사한다”고 했다. 연구원은 그러면서 2022년 기준 한국의 순대외금융자산이 국내총생산(GDP)대비 44.8%로 주요 46개 국가 가운데 9위에 해당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실제로 우리나라 단기외채 비율은 IMF 외환위기 당시 600%를 넘었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80%에 육박했지만, 올해 2분기 말 기준 34.4%로 2000년 이후 장기 평균(40%)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2022년 2분기(42.2%) 잠시 장기 평균을 넘어섰지만 대체로 30%대 중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정부와 외환당국이 급하게 외환시장 변동성에 대응할 수 있는 외화준비금인 외환보유액은 최근 2~3년 크게 감소해 우려된다.

실제로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외환보유액은 4154억달러로 역대 최대치였던 2021년10월(4692억달러)에 비해 538억달러(11.5%) 줄었다.

특히 2022년 외환시장에서 내다 판 달러가 연간 458억6000만달러에 달하는 등 최근 빠르게 줄고 있는 점은 우려된다.

따라서 한은과 당국이 향후 외환시장에 개입해 달러를 내달 팔 경우 외화준비금은 더 빠르게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자칫 2018년 6월(4003억달러) 처음 4000억달러를 넘어선 이후 6년 5개월 동안 유지하고 있는 4000억달러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경영학부)는 “외환시장의 급격한 변동에 대비한 가장 큰 방파제는 외환보유고를 튼튼히 쌓는 것으로 경상수지 흑자가 날 때마다 외화준비금을 늘려야 한다”며 “순대외금융자산이 1조달러에 육박해도 개인과 기업 등 민간이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정부가 안이하게 생각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한편 13일 오전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일시적으로 1430원대를 넘어서는 등 변동성이 확대하고 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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