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왕고래 시추선, 부산외항 입항했지만…
동해심해 가스전 시추 임박
대통령이 정치적 논란 키워
탄핵정국·예산삭감 안개속
윤석열발 불법 비상계엄 선포이후 이어진 탄핵정국 속에서도 현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프로젝트명 ‘대왕고래’ 심해가스전 시추작업이 본격화됐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동해심해 가스전 유망구조에 석유·가스가 묻혀 있는지를 확인할 시추선 ‘웨스트 카펠라’호가 9일 오전 6시 부산외항에 입항했다. 웨스트 카펠라호는 부산 영도 앞바다 인근인 부산외항에 정박한 후 보급기지인 부산신항으로부터 7~8일간 시추에 필요한 자재들을 선적할 계획이다.
보급 작업을 마치면 17일쯤 시추 해역으로 출발해 시추 작업에 들어간다. 웨스트 카펠라호는 길이 748.07ft(228m)·너비 137.8ft(42m)·높이 62.34ft(19m) 규모로 최대 시추 깊이는 3만7500ft(1만1430m)에 달한다.
정부는 해수면 아래 1㎞ 이상 깊이까지 파고 들어가 시료 암석층을 확보하는 데까지 약 2개월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료의 암석과 가스 등의 성분을 기록·분석하는 이수검층 작업은 세계 1위 시추기업인 슐럼버거가 맡았다.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대통령이 6월 긴급 대국민 브리핑을 통해 개발의지를 피력할 만큼 현 정부의 상징적인 정책 과제로 꼽혔다.
하지만 탐사량이 확인되지도 않은, 검토단계의 프로젝트를 대통령이 직접 나섬으로서 오히려 정치적 논란을 키웠다.
그 결과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예산결산특별위에서 단독 처리한 내년도 예산 감액안에서 첫 시추 사업 예산 497억원을 전액 삭감했다.
계엄령 선포와 국회의 해제, 탄핵정국이 맞물려 돌아가면서 산업부와 석유공사는 이날 웨스트 카펠라호의 입항 사실을 알리는 공식 보도자료도 내지 않은 채 조용히 시추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혼란스러운 국정상황과 시추비용 조달방안이 마땅치 않아 향후 추진과정에 난항이 예상된다.
정부 관계자는 “시추 계획에 따라 사업을 진행하지 않으면 (시추 업체 등과의) 계약 위반”이라며 “국내 영해에서의 탐사시추에 정부가 예산을 투입하는 게 합리적인 만큼 국회를 계속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