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 역풍에 휘청이는 여당…집안갈등까지
탄핵 무산·권한 대행 앞장섰다가 “내란 동조” 비판 받아
여론조사 ‘탄핵 찬성’ 74% … 윤 대통령 국정지지도 11%
비한은 한 대표 ‘흔들기’ … ‘한동훈 리더십’ 시험대 올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무산을 주도하고 윤 대통령의 권한 대행을 자처했던 국민의힘이 거센 여론의 역풍에 직면했다. 여당 소속인 윤 대통령이 저지른 계엄 사태를 여당이 주도권을 쥐고 수습하려했지만 여의치 않은 모습이다. 이 와중에 친윤(윤석열)과 친한(한동훈)은 갈등 양상까지 노출하고 있다. 한 대표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른 모습이다.
한 대표는 9일 오전 최고위원회를 열었지만, 평소와 다르게 시작부터 비공개로 진행했다. 자신이 주도한 ‘탄핵 무산’ ‘윤 대통령 조기 퇴진’ ‘한덕수-한동훈 권한 대행 체제’가 여론의 거센 비판을 받는 상황을 염두에 둔 조치로 읽힌다.
한 대표는 이날 현재까지도 탄핵보다 ‘질서 있는 조기 퇴진’이 낫다는 인식을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표는 전날 “탄핵의 경우 실제 가결될지, 가결돼도 헌법재판소에서 어떤 결정이 나올지 등 불확실성이 있는 기간이 상당히 진행된다. 그 과정에서 어제 광화문과 국회에서 봤듯이 극심한 진영 혼란이 예상된다”며 “그래서 질서 있는 조기 퇴진이 더 나은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조기 퇴진 전까지는 자신과 한 총리가 협의해서 국정을 이끌겠다는 입장이다. 한 대표는 앞서 지난 6일 탄핵 무산을 주도했다. 탄핵 무산→윤 대통령 사실상 직무 정지→한덕수-한동훈 권한 대행→윤 대통령 조기 퇴진 수순을 계엄 사태에 대한 해법으로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한 대표의 구상은 즉각적인 탄핵으로 윤 대통령의 직무 정지가 필요하다는 여론에 배치되는 것이어서 거센 역풍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8일 “여당 대표와 총리가 다시 헌정 질서를 파괴하고 있다”며 “윤석열은 배후 조종으로 숨어 있으면서 내란공모 세력을 내세워 내란상태를 유지하겠다는 것으로, 얼굴을 바꾼 2차 내란 행위”라고 지적했다.
국민일보-한국갤럽(6~7일, 무선전화면접, 95%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p,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이 탄핵 표결 직전에 조사한 결과, 탄핵에 대해 ‘찬성한다’는 응답이 74%에 달했다. ‘반대한다’는 23%에 그쳤다. 윤 대통령 국정지지도는 11%로 추락했다. ‘잘못한다’는 응답은 86%에 달했다.
한 대표와 국민의힘이 거센 여론의 역풍에 직면한 가운데 여당 내에서는 집안싸움 양상까지 연출되고 있다. 한 대표의 ‘질서 있는 조기 퇴진’ 해법에 당내 일각도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비한 진영에서는 한 대표가 주도권을 쥐고 수습에 나서는 모양새가 마뜩치 않은 눈치다. 윤상현 의원은 8일 SNS를 통해 “대통령의 직무 배제, 질서 있는 조기 퇴진 등의 방안 역시 당내 논의가 필요하다. 지금처럼 사안이 엄중할수록 당의 의사 결정 기구와 당원, 국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며 그래야만 지금의 위기를 수습하고 국정을 안정화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한 대표의 ‘독주’를 견제하려는 대응으로 읽힌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네가 어떻게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을 직무 배제할 권한이 있나. 그건 탄핵 절차밖에 없다. 탄핵도 오락가락하면서 고작 8표를 미끼로 대통령을 협박해 국정을 쥐겠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리냐”며 한 대표를 직격했다.
한 대표가 자신이 내건 ‘질서 있는 조기 퇴진’ 해법이 여론의 반대와 비한 진영의 제동에 직면한 상황을 어떻게 돌파할지 주목된다. 한 대표는 자신의 해법으로 정국을 수습하면서 조기 대선으로 직행하려는 구상을 하겠지만, 여론과 비한 진영의 반대를 뚫지 못하면 구상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한 대표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홍 시장은 “더 혼란이 오기 전에 너도 사퇴하라”며 한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