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상 대통령 권한 위임 자체가 불가능”
법조계·헌법학자 “공동 국정운영은 위헌 소지”
“윤 대통령 권한 행사 안 하려면 하야하면 돼”
한덕수 국무총리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을 대신해 ‘공동 국정 운영’을 하는 것은 헌법상 대통령 권한 위임 자체가 불가능해 위헌 소지가 있다는 헌법학자들의 지적이 나왔다. 오히려 ‘질서있는 퇴진’이 되려면 윤 대통령이 하야하거나 탄핵을 통해서 헌법에서 정한 절차를 밟아가면서 헌정의 혼돈 상태를 해결해야 한다는 처방을 제시했다.
9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다수의 헌법학자들은‘질서 있는 퇴진론’에 대해 “또 다른 헌법 위반 행위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상 권한 위임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라며 “우리는 총리를 선출한 적도 없다. 대통령은 국민이 선출해서 정당성을 부여해야 비로소 지위가 인정되고, 권한행사도 정당화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이 임명한 총리가 권한대행을 하겠다고 하는 건데 아무런 근거가 없고 위임할 수도 없다”며 “헌법 위반 행위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게다가 “한 대표는 정당 대표로 행정부 권한이 전혀 없다”며 “당대표와 총리가 대통령 직무를 배제한다면 그것도 위헌 행위”라고 말했다.
헌법 71조는 대통령 궐위나 사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 국무총리,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 순서로 권한을 대행하도록 정한다. 헌법학자들은 지금을 대통령 궐위 상황으로 볼 수 없다고 해석했다.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되거나 중대 질병으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사고로 보기도 어렵다고 했다.
백원기 사단법인 대한법학교수회 회장(국립인천대)은 “(공동 국정 운영에 대해)헌법적 근거가 없다”며 “여당 대표라고 해도 의석수가 1/3밖에 안되고, 중요한 것은 대통령이 내란죄로 입건이 됐다. 한 대표가 헌법적으로 대통령의 권력을 대신한다든지 이양받을 수 있는 근거가 하나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무총리도 계엄발령하기 전에 반대했다 하더라도 그 심의에 참여를 했고, 어쨌든 총리 사표 안 내고 유지하고, 내란죄에 조력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권한을 위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책임)총리를 중심으로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것인데 그게 가능한가”라며 “대통령이 엄연히 존재하는데 총리가 대통령 권한을 대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이 당분간 자신의 권한을 행사하지 않아도, 그가 대통령직에서 내려오지 않는 한, 그는 언제든 대통령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상황이 바뀌었다고 강변하며 2차 계엄도 선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을 지낸 노희범 변호사(법률사무소 에이치비)는 “헌법상 국민이 대통령을 뽑고, 선출된 대통령은 임기 동안 자신의 권한을 위임할 수 없다”며 “더구나 정당은 국가 권력을 행사하고 집행하는 기관이 아니다. 대통령이 재직하면서 직무에서 배제된 채, 정당이 국정을 운영한다는 건 위헌”이라고 했다.
다만 정치적 수사로 볼 수 있다는 견해도 나왔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 대표 담화는 책임총리제를 염두에 둔 정치적 수사로 보인다”고 했다. 대통령의 권한과 책임을 국무총리가 실질적으로 분담토록 하는 책임총리제 방식이라면 현행 헌법 내에서 실현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헌법학자들은 또 한 대표가 언급한 ‘질서 있는 퇴진’과 관련해 헌법에 규정된 탄핵 소추가 그 해답이 될 수 있다는 대안도 내놨다.
김선택 교수는 “원래 평판사나 평검사도 범죄 혐의가 있으면 일단 사표를 낸다. 왜냐하면 수사를 공정하게 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이다”며 “대통령이 이렇게 중범죄를 범했다는 혐의가 있으면, 일단 사표를 내서 빨리 새로 권한대행이 대통령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이렇게 가는게 국가를 위한 일이다”며 “(공동 국정 운영은)일을 너무 복잡하게 만드는 거다. 어차피 똑 같이 될텐데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박찬운 교수는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대통령의 직무를 정지시키는 것이다”며 “불안한 정신상태에 있는 대통령이 어떤 결정을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당장 벗어나야 한다. 이 유일한 길이 탄핵 소추를 통한 직무정지다”라고 강조했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헌법이 규정한대로 신속, 정확하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탄핵소추와 헌재 결정에 따라 차분하게 우리가 절차를 밟아가면서 헌정의 혼돈 상태를 해결하는 것”이라며 “(탄핵이)헌법이 예정하고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아무 권한도 행사 안 하려면 윤석열 대통령은 하야하면 된다”며 “아니면 탄핵소추를 받아들이고 탄핵결정을 받아들여서 파면되면 된다”고 밝혔다.
김선일·서원호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