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세대 분노 이유 알게 됐어요”
‘탄핵 집회’ 첫 참가, 2000년생 4인
“계엄 두렵지만, 가만있을 수 없어”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에 관여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하는데 무슨 근거로 한동훈 대표와 한덕수 총리가 그런 말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자기들끼지 북 치고 장구 치는 느낌이다.”
8일 촛불대행진이 주최한 ‘윤석열 즉각 탄핵! 즉각 구속!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2000년생 한 모씨의 말이다.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는 7일에 이어 윤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집회 참석자 중에는 20~30대가 더 많이 보였다. 이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을 상징하는 형형색색 응원봉을 들고 있었다. 이날 만난 한씨 등 4명은 고등학교 때부터 친구들로 처음 집회에 나온 사람들이다. 이들에게서 거리로 나온 이유 등을 들었다.
김 모씨는 처음 비상계엄을 눈앞에서 보니 무서운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몸조심하라는 말도 들었다. 하지만 7일 집회에 100만명이 참석했다는 소식을 듣고 용기를 내 집회에 참석했다고 했다. 김씨는 “어릴 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보고 자랐다”며 “그 경험으로 우리가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한 친구가 먼저 제안해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집회나 시위는 처음인데 20대도 이 사태에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는지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촛불대신 응원봉을 갖고 왔다는 한씨는 프로야구 히어로즈 팬인데 응원봉이 없어 안에다 전구를 넣었다고 밝혔다. 한씨는 응원봉을 알아봐 주는 기성세대에 연대의식을 느꼈다고 말했다. 한씨는 “젊은 세대는 기성세대가 왜 분노하는지 알게 됐고 역사도 공부했다”며 “서로의 벽을 허물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리고 생각보다 많은 사람과 활기찬 분위기가 좋았다고 밝혔다. 한씨는 “친구들과 이번 주 토요일 탄핵소추안 표결이 또 있다고 하니 한 번 더 오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국민의힘과 정부가 윤 대통령의 질서 있는 퇴진, 한동훈·한덕수 국정협의를 말하고 있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이 모씨는 한동훈 대표는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고 밝혔다. 이씨는 탄핵 표결에 참여하지도 않은 사람들의 말은 믿을 수 없다면서 평화롭고 질서있게 퇴진을 시키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밝혔다. 이씨는 “국민을 조롱하는 말 바꾸기고, 자기들끼리 북 치고 장구 치는 느낌”이라며 “탄핵에 반대하는 당에 거취를 맡긴다는 것 자체가 윤 대통령이 안 내려오겠다는 말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탄핵소추안이 불성립된 것도 비판했다. 이들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국힘을 비판하고 표결에 참석해 반대나 찬성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들은 “표결 참석은 국회의원으로 뽑아준 국민에 대한 도리”라며 “일을 안 하면 직무유기”라고 밝혔다.
이들은 국민의 참여도 호소했다. 한씨는 “정치가 과열돼 자신은 중립이라고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이번에는 소신껏 의사를 표현해 주시면 좋겠다. 우리도 그렇게 했다”며 “서울에서만 집회하는 게 아니니 지역에서라도 나와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씨는 “한 명이라도 많아지면 힘이 될 것”이라며 “피치 못해 못 나오는 분들은 SNS에 시위 모금하는 방법도 있느니 그곳에서 목소리를 내주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