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화재, MG손해보험 품을까
예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 부실규모·노조반발 변수
에금보험공사가 MG손해보험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메리츠화재를 선정했다. 매각협상이 해를 넘길 것으로 예상했던 MG손보측은 크게 당황한 모습이다. 예보 발표에 반발하고 있는 노동조합은 금융위원회와 예금보험공사, 메리츠화재 등에서 대규모 시위를 이어가는 것을 검토중이다.
예보는 MG손보 인수제안서를 제출한 메리츠화재와 데일리파트너스를 대상으로 자금지원요청액, 계약 이행능력 등을 심사한 결과 메리츠화재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9일 밝혔다. 데일리파트너스는 자금조달계획 미비 등의 이유로 차순위 예비 협상대상자로도 선정되지 않았다.
예보는 지난해 1월부터 MG손보 매각을 시도했으나 유찰을 거듭했다. 그 사이 MG손보는 금융위를 상대로 부실금융기관 지정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집행정지(대법원) 본안소송(2심)에서 패소했다.
예보는 “후속절차를 진행해 시장 신뢰를 제고하고 불안감에 빠진 보험계약자가 안심할 수 있도록 계약자 보호에도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메리츠화재는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된 만큼 실사와 협상에 진지하고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실사단 규모나 실사 개시 일정 등 구체적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더라도, 실사 결과에 따라 협상이 결렬될 가능성도 있다. 예보도 “계약자 보호, 예보기금 손실 최소화 등 원칙 아래 새로운 회사의 (인수전) 참여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설명했다.
메리츠화재 스스로 실사 이후 손을 털 수 있다.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은 최근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콘퍼런스에서 ”주당 이익을 증가시키고 주주 이익에 부합할 경우 완주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MG손보 인수를) 중단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힌 바 있다.
메리츠화재로서는 노조 반발도 무시할 수 없는데다가 MG손보 부실 규모도 부담이다. MG손보의 지급여력(K-ICS) 비율은 2023년 1분기 82.56%에서 올 2분기 44.42%로 급감했다. 이는 금융당국 권고치(150%)는 물론, 법적기준(100%)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현재 매물로 나와 있는 보험사는 MG손해보험 외에 롯데손해보험, ABL생명, KDB생명보험, 동양생명 등이 거론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가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에 나섰지만 진행에 속도를 내지 않은 상태이고, 롯데손보 등은 적절한 매수자가 등장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