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장도 이웃집 엄마도 ‘언제나 내편’
서초구 자립준비청년에 조언자 연계
생활상담부터 정서지원까지 효과톡톡
“20대 후반인 두 아들이 외국생활을 하는데 주변 도움을 많이 받고 있어요. 자립준비청년들에게 사회가 좀더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 싶었어요.”
서울 서초구 서초동 주민 김은성(54)씨가 지난해부터 ‘엄마 조언자(멘토)’로 활동하면서 만나고 있는 20대 초반 청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처음에는 뭘 필요로 하는지 몰랐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공통의 관심사를 만들어가고 있다.
과일부터 시작해 집에서 음식 해먹기를 권장하고 탄소중립 활동을 함께 하기로 했다. 혼자 밥 먹기 싫거나 따분할 때 연락하라고 했더니 어느날 연락이 와 쓰레기를 주우며 걷는 ‘쓰담걷기’를 했던 게 올해 가장 기쁜 기억 중 하나다. 그는 “우리 아이들보다 어려서 설레기도 하고 신경이 많이 쓰인다”며 “아직도 제대로 모르지만 힘들 때 한사람이라도 있으면 좋지 않겠냐”고 말했다.
10일 서초구에 따르면 구는 아동양육시설 등에서 나와 홀로서기를 준비하는 청년 14명과 그들에게 의지처가 돼줄 동네 어른 18명을 연계했다. 지난해부터 시작한 자립준비청년 멘토링 사업 ‘언제나 내편’이다. 올해부터는 고교생까지 대상을 확대했다. 이른 시기부터 세심하게 살핀다는 구상이다. 전성수 구청장은 “남의 편도 잠깐 내편도 아닌 언제나 내편”이라며 “늘 함께해줄 수 있는 기댈 수 있는 언덕, 의자 등받이같은 존재”라고 설명했다.
의사 변호사 금융인 임상심리사 교사 청년창업가 등이 청년들에게 기댈 언덕이 돼주겠노라 자청했다. 조언자들은 짝지은 청년과 매달 한차례 이상 만나 생활 속 고민을 듣거나 주거 금융 법률 등 상담을 지원한다. 향수 만들기와 가죽공예 체험 등 하루 교육과정에 참여하고 문화공연을 관람하는 등 교류를 이어가면서 정서적 안정감을 찾도록 돕는 역할도 있다.
지난달에는 송년회를 앞당겨 서초동 구청 강당에서 친목을 다지는 시간을 가졌다. 이웃 어른과 청년들이 모여 한해 성과를 공유하고 다음단계 도약을 약속하는 자리였다. ‘언제나 내편’ 일원인 전성수 구청장도 자리를 함께해 조언자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하고 청년들을 응원했다. 참석자들은 활동영상을 시청하고 마음을 전하는 편지를 공유하며 서로를 다시 품었다. 강당을 후끈 달굴 정로로 열기를 띤 화합의 장까지 마무리하며 조언자와 청년들은 성공적인 올해 사업의 공을 각자 짝꿍에게 돌렸다.
김경환 호숫가교회 목사는 “청년이 배우고 성장할 거라 생각했는데 내가 더 배우게 된다”며 “이상적인 친밀감 형성이 안돼 조바심을 냈는데 잘 맞춰준 멘티에게 미안하고 고맙다”고 전했다. 지난해 방배동 주민이 된 박 모(27)씨는 “처음에는 겉핥기식이 아닌가 생각도 했는데 기다려줬다는 편지 내용을 듣고 뭉클했다”며 “좀더 시간을 같이 보내고 야구관람 등 취미생활도 함께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친척 친구도 없는데 보험처럼 뒤를 봐주는 어른이 생겨 얼떨떨하다”며 “조언을 받는 다른 친구들과도 어울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서초구는 조언자를 연계하는 동시에 5년간 자립정착금 최대 2500만원, 생활보조수당 최대 1800만원, 대학 등록금 최대 1,200만원, 학원비 최대 400만원 등 물적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전성수 서초구청장은 “멘토와 멘티가 함께한 시간이 있어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며 “서초구도 세심하게 신경 쓰고 지속적으로 함께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자립준비청년이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하도록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서초만의 따뜻하고 차별화된 지원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