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구속되면 굳이 탄핵 필요 없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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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한 인사는 “의원들이 탄핵에 찬성하라는 지역구 요구를 더 이상 외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반대 당론에도 불구하고 이탈표가 8표를 넘길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1차 탄핵 표결에 참석해 반대표를 던진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은 10일 “대통령의 사죄와 즉시 하야를 촉구한다”며 “여당에서도 보수의 가치를 정면으로 위반한 대통령에 대한 탄핵에 함께 동참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기류 때문에 어떻게든 탄핵을 막고 싶은 여당 일각에서는 검찰을 비롯한 수사기관들의 행보에 기대를 거는 눈치다. 만약 수사기관들이 14일 2차 탄핵 표결 전에 윤 대통령을 체포·구속한다면 곧바로 직무정지가 되고, 이후 반 년 가량 소요될 재판을 거쳐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는 사실상 ‘탄핵 효과’를 낼 것이기 때문에 탄핵을 반대할 명분이 된다는 구상이다.
친한 인사는 “만약 윤 대통령이 (탄핵 표결 하루 전인) 13일 체포·구속된다면 탄핵과 똑같이 직무정지가 될 텐데, 굳이 탄핵을 가결시킬 필요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여당 일각의 바람대로 윤 대통령 수사가 급피치를 올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만의 하나 탄핵 표결 전에 윤 대통령이 구속된다고 해도 탄핵 요구 여론이 식을지도 불투명하다.
사실 여당의 고민은 어떻게든 다음 대선 시기를 늦추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관측이다. 조기 퇴진 로드맵이 성사된다면 다음 대선은 빨라야 내년 중반 이후에 치르게 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최종심 결과가 나온 뒤일 가능성이 높다. 여당 일각에서 윤 대통령의 구속 수사와 재판을 기대하는 것도 이렇게 가면 다음 대선은 최소 반년 뒤에 치르기 때문이다. 다만 탄핵이 가결되면 다음 대선은 훨씬 앞당겨질 수 있다. ‘탄핵 정당’이란 낙인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