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전 장관 계엄 전후 ‘수상한 행적’
내란 공범 여부 규명이 ‘핵심'
검·경 출국금지, 소환조사 예정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을 앞두고 8일 사임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내란 공모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계엄 전후 행적이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다. ‘계엄을 위한 국무회의 개최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는 이 전 장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동조’ 또는 ‘사전 인지’했다는 의심이 짙어지고 있다.
10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이 전 장관에 대한 의심의 단초는 지난 3월 국군방첩사령부 방문이다. 이 전 장관은 당시 방첩사를 방문해 충암고 동문인 여인형 사령관, 정보국장 등과 회동했다.
이날 회동은 9월 초 야당에서 계엄 모의 의혹을 제기하면서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야당은 이 시기 이른바 충암파를 중심으로 한 계엄 모의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계엄선포 전후 행보도 석연찮은 점이 많다. 이 전 장관은 계엄이 선포된 당일 오후 4시 30분쯤 울산에서 중앙지방정책협의회를 주재했다. 시·도 부단체장들이 참석하는 회의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김두겸 울산시장이 배석했다. 이 회의를 주재하던 이 전 장관은 대통령실에서 걸려온 것으로 추정되는 전화를 받고 참석자들에게 아무런 말도 없이 회의장을 빠져나와 서울로 향했다. 당초 예약해둔 비행편을 취소하고 5시 43분 울산역에서 KTX를 이용해 서울로 이동했다. 이 전 장관은 이미 점심 무렵 ‘대통령과의 일정이 있을 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장관이 KTX로 이동 중 충암고 선후배 사이인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과 나눈 30초의 짧은 통화도 의심을 살 만하다. 이미 점심 무렵 대통령과의 일정이 있을 것으로 알고 있었고, 오후 5시쯤 긴급한 호출을 받고 이동하는 중인데 김 전 장관에게 사유를 물어보지도 않았다는 건 일반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날 울산에서 이 전 장관과 함께 일정을 진행한 송미령 농림부 장관은 이 장관보다 1시간 이상 늦은 오후 6시쯤 호출을 받고 귀경했다. 국무회의를 소집하기 위한 호출이었는데 이 전 장관과 송 장관을 호출한 시차가 1시간 이상 난다는 것도 눈길을 끈다.
계엄 선포 다음날인 4일 저녁 대통령 안가에서 박성재 법무부 장관, 이완규 법제처장 등과 만난 것도 쉽게 이해되지 않는 일정이다. 박성재 장관이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평소 국무회의에서 자주 보고 하지만 (따로 보는) 자리를 못 해서 해가 가기 전에 한번 보자 이런 (자리였다)”라고 답했다. 이 전 장관과 이완규 법제처장은 이날 회동 이유에 대해 공개적으로 밝힌 바 없다. 계엄 사태 직후 검찰을 지휘하는 법무부 장관과 경찰을 지휘하는 행안부 장관, 그리고 국가 차원 법령 해석 권한을 가진 법제처장의 회동은 그 자체로 의혹을 살 만한 일이다. 특히 그 장소가 대통령이 이용하는 안가라는 점도 의심을 키운 대목이다.
이 전 장관이 지난 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긴급현안질의에서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를 옹호하는 발언을 한 것도 의혹을 부추겼다. 이 전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비상계엄이 내란죄에 해당하느냐는 질문에 “대통령은 헌법에 규정된 권한을 행사한 것이고, 비상계엄은 고도의 통치행위”라고 답했다. 비상계엄이 국민들에게 총을 겨눈 행위라는 지적에는 “국민에게 총을 겨눈 행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결국 이 같은 의심스런 행보가 이 전 장관을 내란 공범으로 의심받게 했다. 결국 경찰이 가장 먼저 8일 이 전 장관을 출국금지 조치했다. 뒤이어 9일 검찰도 같은 조치를 내렸다. 검·경 모두 조만간 이 장관을 내란 동조 혐의 등으로 소환조사할 방침이다.
한편 이 전 장관은 국회 탄핵소추안이 상정될 예정이었던 10일보다 이틀 앞서 8일 전격 사퇴서를 제출했고, 윤 대통령은 이를 재가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