핌코, 미국 장기국채 보유 줄여

2024-12-10 14:21:33 게재

미정부 적자 커지면서

시장 전반 파급 예상

운용자산 2조달러의 글로벌 채권운용사 핌코가 미국채 장기물 익스포저를 줄이고 있다. 미정부 재정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다.

10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핌코는 9일(현지시각) 투자자노트에서 “적자 악순환 때문에 미국채 장기물 익스포저를 줄이고 있다. 대신 미국채 단기물을 선호한다. 투자자들이 금리 리스크를 크게 부담하지 않고도 매력적인 수익률을 추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핌코 최고투자책임자 마크 시드너, 포트폴리오 매니저 프라몰 다완은 이미 위험수위에 달한 미국채 발행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연방정부 적자는 지난 9월 30일 종료된 회계연도에 1조8000억달러를 넘어섰다. 전년 대비 8% 늘었다. 시드너와 다완은 “적자가 더 늘면 금리변화에 민감한 장기국채 수익률을 더 밀어올린다”고 지적했다. 즉 국채값이 하락한다는 의미다.

세계 최대 액티브채권펀드사인 핌코의 자산배분 결정은 시장의 주목을 받는다.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에서 밸류에이션 변화를 촉발할 잠재력이 크기 때문이다. 미정부가 부채를 늘리면서 투자자들은 ‘채권시장 자경단’이 등장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채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을 경우 이를 대량매도해 수익률을 높이는 투자자를 말한다.

27조달러 미국채 시장에서 이미 우려의 신호를 내보내고 있다. 벤치마크인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10월과 11월 초 급등했다. 트레이더들이 트럼프 승리에 베팅하면서다. 관세 인상과 법인세 감소 등 차기 행정부의 공약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미국 부채를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9일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4.19%로, 지난달 초 트럼프 당선 직후 수준보다는 낮았지만 9월말 3.8%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미영리 연구기관인 ‘책임 있는 연방예산위원회(CRFB)’는 지난달 말 “미국의 총국가채무는 36조달러에 달한다. 부채 증가는 심각한 국내 리스크, 지정학 리스크를 촉발한다. 경제성장을 둔화시키고 고물가 고금리로 이어질 수 있다. 이자부담이 커져 정부예산 운용 여지를 줄인다”고 지적했다. CRFB는 또 “경제규모 대비 부채수준이 2년 만에 사상최고치를 기록할 태세이며, 향후 10년 간 정부가 부담할 이자액만 13조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핌코는 미국 이외 국가로 채권 익스포저를 다각화할 방침이다. 시드너와 다완은 영국과 호주 국채를 지목했다. 재정건전성 측면에서 미국보다 더 노력하는 국가들로 수익률도 더 낫다는 이유에서다.

핌코는 달러가 여전히 글로벌 기축통화고, 미국채 시장이 금융시장 기반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부채 증가에 따라 불확실성이 계속 커지고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핌코는 “돈을 너무 많이 빌리면, 빌려주는 측에선 결국 갚을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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