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라 “한일관계 다시 악화하면 일본 GDP 0.23% 하락”

2024-12-10 14:21:34 게재

일본 정·재계, 한국 계엄·탄핵정국 미칠 파장 예의 주시

경단련 회장 “현재는 경제적 영향없어, 반도체 등 협력할 것”

언론, 탄핵안에 윤 정권 대일 유화노선 비판 내용 포함 촉각

한국내 정치적 급변에 대한 일본의 반응이 뜨겁다. 일본 언론은 연일 한국내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하면서 이번 사태가 양국관계와 동아시아 안보질서 및 일본 경제에 미치는 영향까지 다양하게 분석하고 있다. 정치권과 경제계도 한국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근 한국내 사태와 관련 일본의 입장은 이시바 시게루 총리의 발언에서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는 8일 “한국은 일본에 귀중하고 중요한 이웃 나라”라며 “특단의 관심을 갖고 사태를 주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이시바 총리는 지난 5일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한일관계의 개선이 한국의 국익이라는 신념을 갖고 추진해 왔다”며 “그런 윤 대통령의 노력을 훼손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일본 정치권과 언론은 취임이후 일관되게 한일관계 개선에 힘을 실어온 윤 대통령의 퇴진 압박에 내심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이시바 총리는 지난 4일 밤 총리관저에서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과 이와야 다케시 외무상, 나카타니 겐 방위상 등을 불러 급변하는 한국 정세에 대해 협의하기도 했다고 일본 언론은 전했다. 이후 일본 정치권은 이시바 총리의 내년 1월 방한 계획 취소, 나카타니 겐 방위상과 스가 요시히데 일한의원연맹 회장 방한 취소 등 예정된 일정을 줄줄이 취소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 왼쪽)은 9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미즈시마 주한 일본대사와 면담을 갖고 최근 한국내 상황에 대해 논의했다. 사진 기획재정부 제공

경제적 파장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일본 최대 경제단체인 경단련 도쿠라 마사카즈 회장은 9일 기자회견에서 “한국은 긴밀하게 연계해야 하는 중요한 이웃 국가”라며 “최근 상황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고,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주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도쿠라 회장은 그러면서 “현재로서는 양국간 경제관계에 미치는 영향은 없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면서 “반도체 등의 분야에서 깊이 연계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기우치 다카히데 노무라종합연구소 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윤 대통령이 조기 퇴진하고 정권교체가 이뤄져 한일관계가 다시 악화할 경우 일본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기우치 위원은 “2022년 이후 윤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한일관계가 눈에 띄게 개선됐지만 대통령이 바뀌면 양국관계가 다시 악화되고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2019년 문재인 정권에서 양국관계가 악화돼 수출규제와 노재팬 등으로 타격을 입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그러면서 당시 일본의 수출에서 대한국 비중이 직전 5년간 평균 7.3%에서 6.6%로 0.7%p 감소했고, 한국인 관광객이 불과 석달 동안 67%나 감소한 점을 주목했다. 따라서 2019년과 같이 양국관계가 최악으로 빠질 경우 일본의 대한국 수출은 연간 7339억엔(약 7조원) 감소해 명목GDP를 0.124% 끌어내릴 것으로 추산했다.

아울러 지난해 한국인이 일본을 방문해 소비한 것으로 추산되는 연간 9140억엔(약 8조7000억원)을 기초로 67% 감소하면 연간 6124억엔(약 5조8000억원) 줄어 명목GDP 0.103%가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기우치 위원은 “무역과 관광을 통한 영향을 합치면 연간 GDP 0.227%가 감소하는 셈”이라며 “한일관계의 악화는 일본경제에 상당한 규모의 부정적인 영향을 불러올 것”이라고 관측했다.

한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들의 움직임도 주목됐다. 지지통신은 일본 기업의 한국내 거점이 3000개 이상에 이른다며 정세변화에 따라 4만명에 가까운 주재원 등의 안전과 활동이 우려된다고 보도했다. 이토추상사는 계엄령 선포이후 한국에 대한 출장을 엄격히 제한하는 조치를 취했고, 미쓰이스미토모해상보험은 일본인 주재원을 포함해 한국내 종업원 49명에 대해 재택근무를 지시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다만 일본인 관광객의 한국 방문 취소 등 당장 큰 변화는 없다고 했다.

일본 언론은 연일 한국내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도하고, NHK 등 방송은 다양한 토론 프로그램을 긴급편성해 이번 사태의 파장을 주시하고 있다. 언론들은 대체로 윤 대통령의 대일본 친화적 외교정책이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로 부상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대일본 강경자세에 대한 우려도 드러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8일 민주당을 중심으로 발의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일본에 대한 유화노선을 비판하는 내용이 담긴 것에 주목했다. 이 신문은 8일 “이번에 폐기된 탄핵안에는 윤 대통령의 대일 자세를 비판하는 내용이 담겼다”면서 “탄핵을 주도하고 있는 야당세력이 정권을 획득하면 일본에 강경한 자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이번 탄핵안에는 ‘북한과 중국, 러시아를 적대시하고 일본 중심의 외교정책을 주장하고 일본에 경도된 인물을 정부의 요직에 임명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오쿠조노 히데키 시즈오카현립대 교수는 아사히신문과 인터뷰에서 “야당은 국회 안팍의 투쟁을 통해 탄핵의 기운을 높여나갈 것”이라며 “윤 대통령이 파면되면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승리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한편 유명 가수이면서 배우인 가토 도키코(80)는 8일 민영방송인 TBS 프로그램에 나와 일본 책임론을 들고 나와 주목받았다. 가토는 “오늘은 일본이 태평양 전쟁을 일으킨 날이기도 하다”면서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한반도의 분단이 낳은 결과이기도 하다”면서 일본의 책임도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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