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 존중, 세대 간 배려 ‘탄핵 집회’

2024-12-10 13:00:10 게재

K팝·트로트, 개성 깃발에 온라인 동참도

“세대벽 허물고, 소수차별 말자” 목소리

윤석열 대통령 퇴진과 탄핵을 촉구하는 시민집회가 계속되는 가운데 세대를 배려하고 개성을 존중하는 방식의 참여가 늘고 있다.

윤석열 탄핵 목소리 내는 촛불집회 참가자들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윤석열 탄핵·구속을 촉구하는 촛불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관련 손팻말과 응원봉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참여연대 전국민중행동 등 시민단체로 구성된 범국민촛불대행진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앞에서 윤 대통령 탄핵 집회를 개최했다.

이날도 어김없이 화려한 빛을 내는 응원봉이 등장했다.

참가자들은 자신이 응원하는 아이돌과 프로 게이머·스포츠 응원봉뿐 아니라 빛을 내는 물건은 무엇이건 들고 나왔다. 랜턴을 갖고 오거나 경광봉을 손에 쥔 시민도 있었다. 테블릿에 구호를 적어 온 시민도 보였다. 이런 모습은 지난 7일부터 급속히 확산했다.

노래는 ‘임을위한행진곡’ 같은 민중가요에서부터 김연자의 아모르파티, 소녀시대 다시 만난 세계, 지드레곤의 삐딱하게 등 장르를 넘나들었다.

윤수일의 아파트와 로제의 아파트가 뒤섞였다. 에스파 위플레시 전주에 맞춘 “탄핵 탄핵 윤석열 탄핵!” 구호도 나왔다. 주최측은 사전 신청곡을 받아 이날 틀어줬다.

개성 있는 깃발도 등장했다. 지난 8일 한 온라인 사이트는 ‘집회에 등장한 별의별 협회들’ 사진을 공개했다. 전국계란은완숙협회, 먹을까말까고민되면먹기운동본부, 전국집에누워있기연합(제발 그냥 누워있게 해줘라 우리가 집에서 나와서 일어나야겠냐)도 있었다. 프로야구 응원기와 ‘우리나라 정상영업합니다’ 깃발도 있었다.

한 네티즌은 “일반인이 많이 참여하면 시위 방향이 자유롭고 유쾌하다”며 “중국 천안문사태 때도 그랬다”고 밝혔다.

소수자를 차별하지 말자는 안내도 등장했다. 집회 안내문에는 “우리는 성별·성적지향·장애·연령·국적 등에 관계 없이 동등한 참여자”라며 “사회적 소수자를 차별하거나 대상화하는 말과 행동을 하지 말자”고 권유했다. 그러면서 “(집회에서) 문제가 생기면 주변에서 적극 대처하고 주최측에 즉시 문제를 알려달라”며 “핸드폰 동영상 등으로 증거를 확보해 신고할 것”을 당부했다.

집회 참여를 돕는 글도 등장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8장짜리 ‘2024 첫 집회 참가자 가이드’ 그림 파일을 만들어 배포했다. 여기에는 집회 가기 전 준비물과 옷차림 팁을 비롯해 촬영이 많기 때문에 마스크를 꼭 쓰라는 팁도 담았다. 또 위급 상황에서는 유명한 깃발 근처로 가서 보호를 받으라는 안내도 실었다.

한편 많은 인원이 집회에 참석하면서 부족한 화장실을 안내해 주는 글들도 온라인에 등장했다. 집회에 참석하지 못한 시민들이 시위 인근 상점에 미리 결제를 해놓고 참가자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선결제 릴레이’도 계속됐다.

집회에 참석한 20대 이 모씨는 “이번 시위는 이전과 다르다”며 “기성세대와 젊은세대 간 벽을 허물어 주고, 소수자도 존중해주는 모습을 보여 참여가 확대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

박광철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