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여당은 시대착오적 역주행을 멈춰라

2024-12-11 13:00:01 게재

국민의힘과 한동훈 대표가 ‘윤석열 보호’라는 시대착오적인 역주행을 계속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7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표결을 보이콧한 후 14일 재표결도 반대할 태세다. “혼란을 최소화하고 국정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라는 말도 안되는 핑계를 대면서다.(한 대표 8일 대국민담화) ‘질서있는 퇴진’이란 그럴 듯한 미사여구도 갖다붙였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른바 ‘친한동훈 검찰라인’과 교감 속에 윤 대통령을 구속하고 총리 권한대행 체제라는 ‘임시권력’을 유지하려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즉각 하야와 탄핵을 요구하는 민심을 회피할 수 있다는 계산이라는 것이다.

한 대표의 말과 행동의 모든 기준이 ‘자기 대선’이라는 건 삼척동자도 다 안다. 조기대선을 하면 정권을 빼앗길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 ‘대통령 이재명’은 더더욱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정서가 바닥에 깔렸을 것이다. 물론 반론도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해 탄핵을 몰아부친다는 항변이다. 정권을 잡기 위해 몸부림치는 건 마찬가지 아니냐는 것이다.

‘탄핵 트라우마’ 말하기 전 국민의 불안 공포 생각해야

평상시라면 이런 양비론이 지지층에 먹혀들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이른바 내란이 발생한 상태다. 국민들에게 총부리를 겨눈 ‘내란의 수괴’가 질서있게 ‘천천히’ 퇴진할 수 있게 하자는 게 말이 되나. 나라 운명이 경각에 달렸다.

국회가 탄핵안을 가결해도 헌법재판소 마지막 결정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대통령과 내각이 그대로 있으니 제대로 수사가 될지도 의문시된다. 역사는 예측불허다. 과거 나폴레옹은 엘바섬에 유배를 당했다가 탈출해 다시 황제로 복귀했다. 지지도가 제로든, 식물이든, 감옥에 있든 대통령은 대통령이다. 궁지에 몰린 ‘잔당’이 제2 계엄이나 돌발사태를 일으킬 가능성은 상존한다.

여당은 탄핵 반대 이유로 ‘탄핵 트라우마’를 얘기한다. 박근혜 탄핵 후 당이 분열되고 대선에서 정권을 헌납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박 전 대통령 탄핵은 사실 박근혜 본인보다 최서원(최순실) 때문에 불거진 측면이 있다. ‘경제공동체’라는 기발한 논리에 포박된 박 전 대통령이 억울할 수도 있다는 동정론의 여지가 있었다. 반면 ‘12.3 내란사태’는 국민 모두가 실시간으로 지켜본 ‘현행범죄’다. 탄핵반대 여당 의원들의 바람처럼 1~2년에 잊힐 사안이 아닌 것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되자 한 대표가 누구보다 먼저 “위헌·위법하다”고 했고 현장에서 ‘내란’을 막는 데 큰 공을 세웠다. 한 대표와 여당이 윤석열발 비상계엄을 위헌·위법이라고 규정해놓고 탄핵을 회피한다는 건 말이 안된다. 위헌행위를 한 대통령은 탄핵으로 직무를 정지시켜야 한다는 게 논리적으로도 맞다. 여당은 권력 뺏길 걱정을 하기 전에 국민들이 한밤 ‘쿠데타’로 겪은 불안과 공포, 그 이후의 경제적 손실을 생각해보라. 자신들의 트라우마만 보이고 국민의 ‘계엄 트라우마’는 안보이나.

국민의 생명과 안전, 나라의 운명이 위협받는 지금 ‘내란 수괴’ 혐의를 받는 대통령을 법적으로 그대로 두고는 ‘질서’가 잡힐 수도 정상적인 ‘퇴진’도 없다. 우선 대통령의 직무를 확실히 정지시키고 내란의 진상을 조속히 밝혀야 한다. 대선을 언제 어떻게 치를 것인가는 그 다음 문제다.

우리는 일제침탈과 전쟁, 숱한 쿠데타와 군사독재, 야만의 정치를 헤치고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뤄왔다. 이번 내란사태는 이를 거꾸로, 그것도 불법 폭력적인 방법으로 뒤집어려는 시도였다. 45년전으로 역사를 되돌리려는 만행이다.

지금 한동훈 대표가 새겨야할 경구는 ‘사즉생’

다행히 일부 여당 의원들이 2차 탄핵안 투표에 참석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 숫자는 늘어날 분위기다. 10일 국회에 상정된 내란 수사 상설특검안도 통과됐다. 여당 의원 22명이 찬성해 탄핵안 의결 정족수 200명을 넘었다. 물론 이들 의원들 모두가 탄핵안을 찬성할지는 미지수다.

국회의원은 각자가 헌법기관이다. 헌법에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고 돼 있다. 2차 탄핵표결은 역사에 반하고 민심에 반하는 ‘당론 탄핵반대’가 아니라 헌법기관인 국회의원 개개인이 알아서 판단하고 결정할 일이다.

한 대표와 여당은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1조를 명심하길 바란다. 지금처럼 ‘내란 수괴’ 혐의를 받는 대통령의 헌법적 지위를 보호하는 위험천만한 행태를 거둬주길 기대한다. 한 대표가 지금 새겨야 할 말은 ‘사즉생’이다.

차염진 정치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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