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암은 ‘사학 민주주의’ 상징”
재학생 향한 비난 잇달아
은평구 “아이들 지키겠다”
12.3 사태 후폭풍으로 서울 은평구 응암동 충암고등학교 재학생들이 폭언과 조롱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은평구가 아이들을 보호하겠다고 나섰다. 11일 은평구에 따르면 김미경 구청장은 전날인 10일 충암고와 충암중을 방문해 학교 관계자들과 만나 구 지원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김 구청장은 면담 이후 누리소통망에 “교복 입은 아이들이 거리에서 조롱받고 충암 마크를 단 통학버스는 운행이 힘든 지경에 처했다”고 밝혔다. 시민들이 ‘너희 선배들은 왜 이러냐’ ‘민주주의 잘 배워라’는 조롱도 일삼는다는 게 김 구청장 이야기다.
실제 충암고 학생들은 10일 학생회 명의로 공식 입장문을 내고 12.3 사태 이후 상황을 전했다. 학생들은 “대통령과 충암고 졸업생들의 연관으로 인해 재학생을 향한 비난여론이 거세졌다”며 “교복을 입은 학생에게 폭언하고 취업에 불이익을 주겠다고 협박하거나 교무실에 항의전화를 하는 등 피해사례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대통령 및 논란의 인물들은 졸업한지 40년이나 지난 졸업생”이라며 “교육의 의무로 충암고를 잠시 거쳐간 인물들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학생들은 “학교 정상화, 체육관 공사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단한번도 특혜를 기대하며 졸업생과 접촉한 적이 없다”며 “충암고와 재학생을 향한 비난을 멈추고 학생들이 안전하게 자신들의 미래를 꿈꾸고 펼쳐나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은평구는 학생들과 학교측 입장을 담아 최대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김미경 구청장은 “민주주의를 더럽힌 일에 충암의 이름이 사용돼 아이들 상처가 깊다”며 “은평구는 이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인다”고 강조했다. 구는 심리지원사업을 통해 아이들이 상담받을 수 있도록 하고 경찰 등 관계 기관과 협의해 실질적인 위협에서 학생들을 보호할 계획이다.
김미경 구청장은 충암이 각종 재단 비리를 이겨낸 점도 다시 언급했다. 그는 “학생 학부모 교사 지역사회가 힙을 합쳐 사학비리 급식비리를 몰아낸 전력을 갖춘 사학 민주주의의 상징”이라며 “충암은 은평의 자부심”이라고 강조했다. 김미경 은평구청장은 “성난 시민들 노여움도 이해는 간다”면서도 “우리의 화는 다른 곳으로 향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분노의 진원지를 향해 그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