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기능 마비에 서울시 주요사업 ‘혼선’
철도 지하화·그린벨트 해제·용산개발 등
대통령 재가 필요한 ‘부시장 인사’도 난항
12.3 내란사태 후과로 정부 기능이 마비되면서 서울시 주요 사업이 타격을 입고 있다.
11일 내일신문 취재에 따르면 내란사태 직격탄을 맞은 건 ‘철도 지하화 사업’이다. 철도지하화는 서울의 지상철도 전 구간을 지하화해 선로부지는 녹지로 만들고 영등포역이나 신촌기차역 등 역사는 문화·상업시설로 개발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당초 국토부는 12월 안에 철도 지하화사업 선도지역을 선정할 예정이었지만 내란사태가 터지면서 발표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철도 지하화는 서울만 해당되는 사업이 아니다. 정부가 추진 중인 경부선 지하화에는 경기도 지자체들도 관련돼 있다. 용산구 동작구 영등포구 구로구 금천구 군포시 안양시 등 서울·경기 6개 지자체는 내란사태로 인한 사업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11일 ‘경부선 지하화 선도사업 지정 촉구’를 위한 긴급 회의를 개최한다.
정국 혼란으로 부동산정책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그린벨트 해제와 1기신도시 선도지구 등 정부 주택공급 계획 자체가 흔들리고 있어서다.
내란사태는 서울 재개발·재건축 시장까지 요동치게 만들고 있다. 탄핵 정국 속 정비사업 규제완화 법안들이 표류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일부 재건축 단지들은 부동산정책 변화를 예상해 사업 심의를 서두르고 있다. 연내에 사업 심의가 통과되지 않으면 수년간 끌어온 재건축 사업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다.
오세훈 시장 역점 사업인 한강 프로젝트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환경부 등 정부 부처와 협의가 필수인데 원활한 진행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는 것이다. 오 시장은 지난달 경남 사천에서 열린 한강버스 진수식에서 눈물을 보였다. 숱한 진통 끝에 처음으로 배의 실물을 세상에 내놓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란사태로 인해 내년 3월부터 운행을 시작하려던 한강버스도 출항 일자를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시가 우려하는 사업 중엔 용산국제업무지구도 있다. 한차례 실패한 만큼 정부와 긴밀한 협력을 위해 지난달 업무협약까지 맺었지만 당초 계획인 ‘내년말 착공’은 기약이 힘들어졌다.
내란사태가 서울시 운영에 끼친 가장 큰 후과는‘인사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 부시장과 기조실장은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임명한다. 12월말로 예정된 해당 인사가 미뤄지면 아래로 이어져야할 후속 인사가 줄줄이 차질을 빚는다. 탄핵 가결 시 권한대행 체제가 들어서도 영향은 마찬가지다. 중앙정부 운영에도 바쁜 상황에서 지자체 인사는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한덕수 국무총리까지 자리를 비우는 경우다. 대통령에 이어 총리까지 공석이 될 경우 인사 절차가 난관에 부딪히게 되고 수십개 직위가 직무대리 상태가 되면서 책임있는 행정 서비스가 불가능한 상황이 올 수 있다.
시 관계자는 “지방자치가 안착된 덕분에 다행히 시민 일상을 유지하는 필수기능은 큰 불편없이 작동하고 있다”면서도 “서울시는 정부와 협의를 거쳐 진행하는 사업이 많은 만큼 논의가 늦어지고 특히 계엄 모의 의혹을 받고 있는 국무위원이 있는 부처의 경우 의사결정이 이뤄지지 않는 등 차질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