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증거 ‘3일 국무회의록’ 작성 못한다

2024-12-11 13:00:03 게재

‘정부 서무’ 행안부 장관 직무유기

대통령실·국방부 협조 없인 불가능

정부가 ‘12.3 내란’ 사건의 중요 증거자료가 될 ‘3일 국무회의록’을 작성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작성 의무가 있는 행정안전부 의정관은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관련 자료 수집에 소극적이고, 회의를 주도했던 대통령실과 국방부는 실무를 담당한 부서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 결국 ‘내란 공모’ 현장으로 지목된 이날 국무회의는 수사와 재판을 통해 확인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행정안전부. 사진 행안부 제공

11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김한수 행안부 의정관이 대통령실과 국방부에 여러 차례 관련 자료를 요청했지만 10일 현재 아무런 자료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의정관은 대통령실 국정과제비서관과 국방부 법무관리관에게 자료요청 공문을 보냈다. 이들 부서는 일반적인 상황에서 국무회의 관련 사무를 주관하는 부서다.

하지만 ‘12.3 내란’ 획책을 위한 국무회의가 비정상적으로 개최돼 실제 어느 부서가 실무 사무를 담당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오히려 이들 부서는 국무회의 개최 사실조차 몰랐을 가능성도 있다. 실제 국방부 법무관리관은 이미 행안부의 자료요청 공문에 “관련 자료가 없다”고 답신했다. 대통령실은 아예 답이 없는 상태다.

의정관실은 대통령실과 국방부가 자료수집에 협조하지 않으면 국무회의록 작성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행안부 책임론도 나온다. 의정관이 국무회의록 작성을 위해 가장 먼저 했어야 할 일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의정관은 이날 국무회의에 참석한 이상민 전 장관에게 회의 자료를 요청하지 않았다. 정부조직법상 국무회의 서무(정부조직법 34조 1항)는 행안부 장관이다. 대통령령인 국무회의 규정상 의정관을 국무회의 간사로 둔 것도 이 법률에 근거한 것이다. 10일 국회가 감액예산안을 통과시키자 유인촌 문체부 장관이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정부입장문을 발표한 것도 ‘정부발표에 관한 사무’를 문체부 장관에게 부여(정부조직법 제36조 1항)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 장관이 이날 국무회의를 기록하지 않았다면 ‘정부 서무’에게 부여한 책임을 방기한 셈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민 전 장관은 의정관에게 국무회의와 관련해 어떤 자료도 제출하지 않았다. 또 지난 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긴급현안질의에 참석해 회의 내용은커녕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조차 공개하지 않았다. 국무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의정관도 이 전 장관에게 자료요청을 하지 않았다. 심성보 전 대통령기록관장은 “국무회의록 작성 의무는 행안부 장관에게 있다”며 “행안부가 명확히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의정관이 국무회의록을 제대로 작성하지 못한다면 수사기관에서 관련 자료를 취합해 행안부에 넘기는 방법도 있다. 그래야 사상 처음으로 ‘회의록이 없는 국무회의’가 되지 않는다.

관련 자료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대통령실 부서는 대통령 발언 등 기록물을 담당하는 대통령비서실 산하 메시지비서관과 국가안보실 산하 국방비서관 정도다. 회의장 음향·영상 장비를 담당하는 부서에서도 관련 자료를 생산해 보관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참석 국무위원에게 개별적으로 요청할 필요성도 있다. 행안부 의정관을 지낸 한 전직 관료는 “행안부 의정관은 관련 부처로부터 자료를 받을 수 없다면 수사기관에서라도 관련 자료를 요청해 신속하게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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