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혁신 기업인 열전 ⑫ 전 진 브릴스(BRILS) 대표
표준화플랫폼으로 로봇 대중화…SI에서 제조로 확장
산업·현장별 작업표준화로 연 300건 사업 수행
세계 최초로 3초만에 감자껍질 깎는 기술 개발
“중소기업 위해 로봇 임대서비스 도입 추진”
세계경제가 요동치고 있다. 한국도 고환율 고금리 고물가에 저성장까지 복합위기에 빠졌다. 미국-중국의 경제패권 경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한 가운데에서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고 했다. 한국기업의 도전역사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내일신문은 (사)밥일꿈과 기업가정신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있는 혁신 기업인을 연재한다. 그들의 고민과 행보가 한국경제와 중소기업이 나아갈 방향에 좋은 지침을 담고 있어서다.
로봇시대다. 로봇이 일상생활에 들어왔다. 주로 산업현장에서 활용되던 로봇이 서비스영역에 이어 식품기술(푸드테크) 분야까지 확산되고 있다.
세계 주요기업들도 앞다퉈 로봇산업에 뛰어들면서 로봇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다. 세계 로봇산업은 2020년 약 250억달러에서 2030년 1600억달러 규모로 연평균 20%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도 현재 5조600억원 규모인 국내 로봇산업을 2030년까지 20조원 이상으로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로봇은 산업과 기술의 파급효과가 크다. 연구개발(R&D)부터 서비스에 이르는 가치사슬이 연계돼 있어서다. 4차산업 핵심기술로 평가받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등이 필수 기술이다.
로봇은 이 기술들을 융합해야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바로 SI(시스템통합)를 통해 현장에 맞도록 최적화해야 한다. SI는 로봇에 생명을 불어 넣어주는 일인 셈이다.
국내에서 로봇 SI업체로 주목받는 곳은 브릴스(Brils)다. 국내 대부분 로봇SI업체는 영세한 규모다. 이중 브릴스는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게 혁신 = “로봇표준화플랫폼으로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로봇을 제공하는 것이 브릴스의 혁신이다.”
지난달 21일 인천 연수구에 위치한 브릴스 본사에서 만난 전 진 대표는 브릴스 경쟁력으로 ‘표준화플랫폼’을 꼽았다.
브릴스는 내년 창립 10주년을 맞이한다. 로봇SI업체에서 드믈게 흑자를 기록하며 매출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곳이다. 지난해 매출 157억원에 이어 올해 매출은 270억원 가량 예상된다. 10월 말 기준으로 수주액도 240억원을 기록했다.
성장은 ‘로봇표준화플랫폼’을 보유했기에 가능했다. 이 플랫폼은 다양한 현장에 쉽게 적용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다.
기존 SI 작업은 제조현장 공정과 동선을 고려해 건별로 작업했다. 한 기업이 여러 사업을 진행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인력이 필요했고 비용도 컸다.
브릴스는 이런 문제점을 해결했다. 주요 적용분야의 표준을 만든 뒤 이를 각종 현장에 미세조정해 적용하는 방법을 택했다. 브릴스가 지금까지 개발한 표준은 약 50개다. 현재 브릴스는 한 개의 기업이 하나의 공정, 하나의 제조현장을 맡던 구조에서 벗어나 1년에만 300여건의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전 대표는 “산업별 현장특성과 조건이 매우 달라 쉽지 않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플랫폼을 기반으로 현장별로 맞춤 조정하니 개발비용을 크게 줄었고 고객요구에도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 특히 비전문가도 쉽게 로봇을 다룰 수 있도록 사용자 인터페이스(UI)와 사용자 경험(UX)을 설계했다. 실제로 브릴스 제품설명서는 A4 용지 한장으로 요약될 정도다.
브릴스는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협동로봇 팔레타이징시스템과 인공지능(AI) 안전관제, 하이브리드 AMR 등 직접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로봇을 공급하고 있다. 현대차 기아 도요타 테슬라 제너럴모터스 LG전자 등 글로벌기업이 주요 고객이다.
표준화플랫폼 기술을 응용해 로봇이 3초안에 울퉁불퉁한 감자 껍질을 깎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를 적용한 ‘감자 깎는 AI로봇’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전 대표는 “감자뿐만 아니라 껍질이 있는 모든 식품으로 박피 자동화를 확대 적용해 해외진출을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방폭형협동로봇 국내 최초 = 브릴스의 표준화플랫폼 구축에는 기술력과 인력, 끊임없는 연구개발에 상당한 투자가 필요했다. 설계에서부터 제조, AS(사후서비스) 등 종합적인 경험을 보유해야 가능한 일이다. 기존 SI업체들이 뛰어들지 못한 이유다.
브릴스는 SI에 이어 로봇제조에 뛰어들었다. △브릴스로봇시리즈 △협동로봇 팔레타이징시스템 △AI·3D비전을 활용한 안전관제시스템 등이다.
브릴스 로봇시리즈는 로봇과 시스템을 함께 제공하는 로봇으로 산업용로봇, 협동로봇, 특수로봇(방폭·용접), 하이브리드 자율이동로봇(AMR)으로 구성된다. 방폭형 협동로봇은 국내 최초로 유해물질이 가득하고 폭발 위험이 있는 현장에 투입된다.
전 대표는 “비용 등으로 자동화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도 로봇을 도입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 로봇제조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을 위해 로봇을 자동차처럼 빌려 쓸 수 있는 임대서비스 도입도 추진 중이다. 서비스가 시작되면 중소기업은 인건비의 3분의 2 수준의 비용으로 로봇을 빌려 쓰고 일정기간이 지나면 인수나 회수하는 방식이다.
팔레타이징로봇시스템은 다양한 크기의 상자를 쌓는 로봇이다. 최대 25kg의 기반하중과 2.2m 높이까지 적재능력을 갖추고 있다. 안전벽 없이도 설치할 수 있다. 내장된 레이더센서 등 안전장치로 충돌을 방지하기도 한다.
미국 국가지정시험소(NRTL) 인증과 유럽 CE 인증을 획득했다. 현재 미국 체코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에 수출되고 있다.
안전관제시스템은 작업자의 자세와 인체의 17개 관절위치를 실시간으로 추정하고 분석해 사고를 방지한다.
◆직원은 회사의 주체 = 브릴스는 다양한 직원복지제도를 운영하고 이익을 함께 나누고 있다.
매월 마지막주 수요일을 ‘브릴스 문화데이’로 지정하고 인문 사회 경제 기술 등 다양한 주제로 문화특강을 개최한다. 전문학사 학사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고자 하는 직원들에게는 등록금 전액을 지원한다.
복지포인트, 가족휴가지원금, 자녀 양육비·입학 축하금 지급, 가정의날 조기퇴근 실시 등 일·가정 양립에도 진심이다.
성장세를 기반으로 코스닥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직원들과도 주식을 나눌 계획이다.
전 대표는 “임직원들의 성장이 회사의 성장, 더 나아가 기술혁신을 이끈다”며 “직원이 회사의 주체로 함께 일하는 문화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