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급등에 시공 포기하는 건설사
지방에서는 시공사 참여 없어 유찰 … 원가율 93%까지 올라 소극적
건설원가 급등과 분양시장 침체로 건설사들이 주택 시공사업을 포기하고 있다. 특히 지방에서는 재개발·재건축 사업 수주에 나서는 건설사가 아예 없어 입찰이 지연되는 사태도 반복되고 있다.
11일 주택업계에 따르면 대전광역시 대덕구 대화동4구역 재개발사업이 시공사 선정을 못해 사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 대화동4구역 재개발조합은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을 진행했지만 두차례 효성중공업이 단독 응찰해 수의계약으로 계약방식이 변경됐다. 하지만 효성중공업이 입찰 참여를 포기하면서 재개발사업이 표류하게 됐다.
부산광역시 가야4구역 재개발사업도 시공사 입찰에 참여사가 없어 한차례 유찰됐다. HDC현대산업개발 롯데건설 두산건설 동원개발이 설명회에 참여해 관심을 보였지만 입찰에는 한 곳도 참여하지 않았다.
롯데건설은 최근 대전 도안지구 오피스텔 개발사업 시공권을 포기했다. 오피스텔 1041실과 부대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롯데건설은 시행사에 300억원 후순위 대출 보증을 섰다.
그러나 경기 침체 등으로 인해 시행사는 본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전환하지 못하고 브릿지론 만기를 연장해왔다. 결국 롯데건설은 300억원의 손실을 떠안고 시공권을 포기했다.
지방 뿐 아니라 서울 주요 사업장에서도 시공 참여가 눈에 띄게 줄었다. 올해말 정비사업 관심단지인 서울 서초구 방배7구역주택재건축사업 입찰에는 당초 예상을 깨고 삼성물산 건설부문 1곳만 참여했다. 응찰이 예상됐던 SK에코플랜트가 불참하면서 경쟁입찰이 무산됐다.
서울 송파구 방이동 한양3차아파트 재건축사업에도 입찰참여 의향서를 제출한 건설사가 한곳도 없었다. 이에 따라 한양3차아파트 재건축조합은 3.3㎡ 당 공사비를 846만원에서 858만원으로 올려 새 입찰공고를 냈다.
건설사들이 기본 먹거리인 주택 시공권 수주를 포기한 이유는 건설원가가 비싸 이익이 안나는데다 미분양으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을 떠안아야하는 부담 때문이다.
3분기 대형 건설사 원가율(매출 대비 원가)이 93%에 육박했다. 건설 자잿값과 인건비 등이 가파르게 상승한 것이 원인이다. 건설사들은 유동성에 비상등이 켜지면서 PF 사업장 관리를 강화하고 사업성이 낮은 곳은 공사를 포기하게 된 것이다.
원가율은 매출에서 원자재가, 인건비 등 공사비가 차지하는 비율로 업계에서는 80%대를 적정 원가율로 보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9월 전국건설공사비지수는 130.45로 역대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4년 전인 2020년 9월(100.64)과 비교하면 30% 가까이 올랐다.
2~3년 전에 수주했던 공사현장의 준공 시기가 도래했지만 그 사이 공사비가 급등하면서 건설사는 공사비를 올리지 못하면 손해를 떠안게 된다.
대형건설사 한 관계자는 “정비사업조합과 공사비 계약을 한 뒤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시점에는 이미 원가가 올라 계약대로 공사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공사비 인상에 따른 재계약 요구를 조합이 받아들이지 않아 분쟁이 자주 발생하고 있어 신규 수주는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