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땅 분묘 이전, 제사 주재자 책임”
1·2심, 묘지 운영자에 책임
대법 “점유자 책임” 파기 환송
다른 사람의 땅을 일부 침범한 공설묘지의 분묘 철거 및 토지 반환책임은 묘지시설 운영자가 아닌 땅을 점유하고 있는 망인의 제사 주재자에게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주 대법관)는 최근 A씨가 공설묘지 운영자인 구리시를 상대로 낸 분묘이전 등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1일 밝혔다. 분묘 관리처분권은 구리시가 아니라 분묘에 안장된 망인의 제사를 주재하는 사람들에게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A씨는 1967년부터 아버지가 소유한 구리시 토지 약 10만㎡를 가족과 공동상속받아 소유하다가 2015년 단독 소유권 이전등기를 마쳤다. 구리시는 1974년부터 A씨 소유의 토지 부근에 공설묘지를 설치·운영하며 주민들에게 분묘 설치와 사용을 허락해왔다. 이후 구리시가 운영하는 공설묘지 안의 일부 분묘가 A씨 소유 토지를 침범하면서 갈등이 발생했다.
A씨는 구리시를 상대로 분묘굴이(분묘 이전) 및 상석·비석 철거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아울러 침범한 부분의 토지를 인도하고 점유기간 동안 얻은 임료를 반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쟁점은 타인의 토지에 설치된 분묘 철거 및 토지 인도 청구를 구리시에게 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1심은 A씨의 청구를 받아들여 구리시는 분묘 철거와 토지 인도 및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구리시는 A씨의 토지에 설치된 분묘와 비석 등을 철거하고 해당 토지를 반환하고, 부당이득금 26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구리시는 취득시효 완성을 주장하며 항소했지만, 2심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점유 취득시효가 완성되려면 소유의 의사가 있는 점유가 필요하다”며 “무단점유인 것으로 밝혀지면 타주점유(소유자가 따로 있는 것을 전제로 점유)로 점유 취득시효가 부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구리시는 지적공부를 관리하는 관청으로 침범 부분이 공설묘지에 속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면서 무단으로 점유·사용해 온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분묘 이전 및 토지 인도 청구소송의 상대방은 구리시가 아니라 망인의 제사 주재자가 되어야 한다고 판단해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침범한 부분의 분묘 및 상석·비석의 관리처분권은 구리시가 아니라 분묘에 안장된 망인의 제사를 주재하는 사람들에게 귀속된다며 이들을 상대로 청구를 진행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불법점유를 이유로 한 인도 청구의 상대방, 분묘 기지와 분묘의 수호 및 제사에 필요한 범위 안에 있는 분묘의 기지 주위의 공지의 점유자에 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부당이득 반환 부분은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