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예산 첫 감액…지자체에 불똥 튀나
‘12.3 내란’ 여파, 감액분만 반영
경기·충청 등 국비증액 노력 무산
내년 추경예산 편성 때 확보 희망
‘12.3 내란 사태' 여파로 사상 첫 감액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지자체의 각종 현안사업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대부분 지자체들이 당초 정부안에 반영된 예산 외에 국회 심의과정에서 국비를 추가 확보하려던 노력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지자체들은 내년 초 조기 추경 필요성이 거론되는 만큼 이에 따른 대응 전략을 미리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국회는 10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야당의 감액안(4조1000억원)만 반영된 내년도 정부예산 수정안(673조3000억원)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전국 시·도별로 요청한 주요사업에 대한 국비증액 요구안도 대부분 반영되지 못했다.
경기도의 경우 김동연 지사가 지난달 박 정 국회 예결특위 위원장을 만나 도봉산~옥정 광역철도, 광역버스 준공영제 사업 등 주요 국비사업 15개에 필요한 2972억원 증액을 요청한 바 있다. 인천시도 출산지원정책인 ‘1억+i드림’을 비롯해 ‘서해5도 정부생활 지원금 인상 및 노후주택 개량 지원 사업’ ‘인천발 KTX’ 등 10개 사업에 필요한 2121억원 증액을 국회에 요청했다. 하지만 이들 사업에 대한 국비 증액은 없던 일이 됐다.
호남도 마찬가지다. 광주시는 당초 정부예산안보다 614억원이 증액된 3조3858억원, 전남도는 9조502억원의 국비를 각각 확보했다. 하지만 광주시는 인공지능(AI) 2단계 신규사업(957억원)과 미래차 부품인증센터 구축(24억원) 등 주요사업 관련 예산이 반영되지 않았고 전남도도 3000억원(64건) 이상 추가 반영하려던 노력이 무산됐다. 전북도의 경우 내년에 국가예산 9조2244억원을 확보했지만 예산투입이 시급한 새만금 내부개발과 환경생태용지 등 국책사업예산을 비롯해 바이오·이차전지 관련 사업, 창업기반시설·문화시설 등 신규 사업은 미반영됐다.
충청권 지자체들도 지난해보다 더 많은 국비를 확보했지만 주요 현안사업 관련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과제로 남았다. 대전시는 4조4514억원, 세종시 1조5801억원, 충남도 10조9261억원, 충북도 9조93억원의 국비를 각각 챙겼다. 하지만 충남 아산 경찰병원 건립, 충남대 내포캠퍼스, 대전 우주산업 클러스터 인력양성(58억원), 세종시 세종방법원 설치(85억원) 예산 등을 확보하는데 실패했다. 충북도의 경우 오송 인공지능(AI) 바이오 과학영재학교 설립(200억원) 도시농부 일자리사업(60억원) 등 주요현안 및 경쟁력 제고에 필요한 60여개 사업비 3000억원 가량이 반영되지 않았다.
부산·경남도 국회 심의과정에 증액하거나 신규 반영을 요구했던 일부 현안사업들의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부산시의 경우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사직야구장 재건축(국비 50억원), 제2대티터널 건설사업 등과 관련된 국비 확보에 실패했다.
반면 대구시와 경북도는 주요 현안사업에 대한 국가예산을 대부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시는 전년대비 1983억원(2.4%) 늘어난 8조3569억원의 국비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대구경북신공항 건설 667억원, 달빛철도 건설 45억원, 대구산업선 철도건설 1209억원, 도시철도 4호선 건설 139억원 등이다. 경북도도 11조8677억원의 국가예산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대비 3661억원(3.2%) 증가한 것이다. 경북도는 2025 APEC 정상회의장 리모델링(137억원) 등 행사관련 1716억원, 영일만 횡단구간 고속도로(포항~영덕) 4553억원, 포항~영덕간 고속도로(남북 10축) 2789억원 등을 확보했다. 경북도 관계자는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와 증액 없이 감액만 반영한 정부예산 국회 통과라는 유례없는 상황 속에서도 전년도 이상의 국비 예산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다만 이들 지자체는 내년 조기 추경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정부 계획에 따른 대응전략을 미리 마련, 국비 추가 확보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조기 추경이 이뤄진다면 국비 증액을 요청한 사업에 더해 민생경제 회복을 위한 예산을 발굴,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곽태영·최세호·윤여운 기자
tykwa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