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싱크탱크 AFPI 급부상
<미국우선정책연구소>미국우선정책연구소>
“아시아기업들 관심 가져야”
2021년 창립한 미국우선정책연구소(AFPI)가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행정부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싱크탱크로 급부상하고 있다. 닛케이아시아는 10일 “AFPI 소속으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에 선택된 인사만 10명이 넘는다. 트럼프정부 정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고 전했다.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 동아시아연구센터 켄트 콜더 소장은 “아시아 기업들과 외교관들은 AFPI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며 “AFPI는 아직 아시아의 많은 이슈에 입장을 정립하지 못했다. 그들의 정책제안에 아시아가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2014년 ‘워싱턴 정가의 아시아(Asia in Washington)’를 출간한 콜더 소장에 따르면, 2017년 출범한 트럼프 1기정부는 아시아에 대한 명확한 정책이 없었다. 당시 일본 아베 신조 총리는 이 점에 착안해 트럼프와 친밀한 관계를 구축하면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free and open Indo-Pacific)’ 구상을 관철시켰다.
콜더 소장은 “AFPI는 이전엔 생각지 않았던 모든 종류의 상황에 대해 정책을 제안해야 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AFPI가 구상할 기본 개념은 외부의 아이디어에 좌우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AFPI의 정책 제안은 △행정부 구성 △중국과 전략적 탈동조화 △관세 인상 등 엄격한 무역정책 △미국의 산업기반 재구축 △경제안보 등에 집중돼 있다.
AFPI의 정책서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한 미국우선접근법(An America First Approach to U.S. National Security)’은 중국에 대한 새로운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를 지냈고 현재 AFPI 산하 미국무역센터 의장을 맡고 있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는 이 정책서에 “중국의 지정학적 공세와 싸우길 원한다면, 경제관계를 바꾸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중국과 전략적으로 탈동조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라이트하이저는 “중국의 최혜국대우를 박탈하고 관세를 인상하는 것뿐만 아니라 중국이 미국산 상품을 1500억달러어치 산다면, 미국도 중국산 상품을 딱 그만큼만 사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시아 기업들은 이에 주목하고 있다. 일본의 한 경제단체 간부는 트럼프정부가 동맹국들에 그같은 입장을 압박할 것을 우려했다. 그는 “탈동조활 필요가 없는 민감하지 않는 품목까지 포함될 수 있다”며 “그같은 분위기가 확산돼 중국에 투자하는 그 어떤 나라도 미국시장에 쫓겨날 수 있다면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워싱턴 주재 한 일본 식음료 기업 간부는 “전략적 탈동조화 대가는 엄청날 것”이라며 “2차, 3차 공급업체들까지 중국과 어떤 사업을 하는지 훑어야 한다. 우리가 미국으로 공급망을 옮길 때쯤, 아마 트럼프정부 임기는 끝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헤리티지재단의 ‘프로젝트 2025’ 보고서도 관심이다. 트럼프 재집권에 대비해 2022년부터 마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트럼프 2.0 공약집’ 등으로 불린다. 대통령 권한 강화, 성 소수자 권리 축소, 대규모 이민자 추방 등 초강경 우파 정책제안들이 주를 이룬다.
트럼프는 대선 유세기간 “나랑은 관계없다. 보고서를 읽어보지도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대선 승리 이후 보고서 저자들이나 재단 관계자들을 지명했다. 대표적 인물이 프로젝트 2025 보고서의 핵심인물인 러셀 보우트로, 트럼프는 그를 예산관리국장에 재지명했다. 아시아의 많은 외교관, 언론인, 기업인들은 헤리티지재단 주최 세미나에 참석하며 프로젝트 2025에 관련된 전문가들과 안면을 트는 데 주력했다.
보수우파 싱크탱크인 허드슨연구소는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트럼프가 2020년 대선에서 패한 뒤 허드슨연구소는 전 국무장관 마이크 폼페이오와 전 주UN대사 니키 헤일리 등 트럼프 측근 2명을 영입했다. 트럼프가 2024년 재선에 성공할 경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다. 하지만 폼페이오와 헤일리는 트럼프 2기정부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앞서의 일본 식음료 기업 간부는 “트럼프 재선에 대비해 허드슨연구소 기업회원으로 등록했는데, 고통스런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