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대출 규제에 넘쳐나는 수신고
11월 대출 총액보다 5배
“가상자산 예탁금 급증 ”
금융당국과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등에 대한 규제와 제한으로 수신이 여신을 크게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으로 들어온 자금이 가계와 기업 등으로 적절히 공급되지 않았다는 의미로 여수신의 불균형이 지속되면 금융시장 전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
한국은행이 11일 발표한 ‘2024년 11월 금융시장 동향’(속보치)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으로 몰린 수신 금액은 총 18조9000원으로 집계됐다. 10월(8조4000억원)에 비해 두배 이상 증가한 규모이다. 이에 비해 은행권의 가계 및 기업대출 총액은 4조1000억원에 그쳤다. 지난달 은행권 대출 총액은 10월(11조9000억원)에 비해 34.5% 수준에 그쳤다.
가계대출(1조9000억원)은 전달(3조8000억원)에 비해 절반으로 줄었고, 기업대출(2조2000억원)도 10월(8조1000억원)에 비해 27.1% 수준에 머물렀다.
당국의 대출규제 등으로 주담대 잔액 증가세는 확연하게 꺾였다. 지난달 은행권 주담대 증가액은 1조5000억원으로 전달(3조6000억원)에 비해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 올해 8월(8조2000억원)과 9월(6조1000억원) 주담대 증가세가 급등하던 때와 비교하면 증가세가 크게 둔화된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당국이 9월부터 2단계 스트레스DSR을 시행하고, 은행권도 자율적으로 대출금리와 대출액 상한을 제한하면서 대출 증가세가 둔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지난달 은행권 대출 대비 수신이 압도적으로 컸던 데는 자금의 수요와 공급이 불일치했던 데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한은은 특히 지난달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거래를 위한 은행 예탁금이 크게 늘어난 것도 원인이라고 풀이했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달 가상자산 예탁금이 4조원대까지 크게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2022년 4분기 고금리 당시 들어간 정기예금이 매년 4분기에 만기가 돌아오면서 은행권이 이를 유치하는 데 적극 나선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은은 이밖에도 수신 증가 요인으로 △수시입출식 계좌에 지방교부금 등 유입 △기업의 자금 수요 감소 △부동산시장 대출 수요 감소 등을 원인으로 들었다. 한편 올해 11월까지 은행권으로 들어오고 나간 자금의 동향을 살펴보면, 기업 및 가계 대출은 누적 125조2000억원으로 수신 총액(95조2000억원)을 30조원 웃돌았다. 특히 11월까지 주담대 잔액 증가세는 지난해 말 대비 51조4000억원 늘었다.
올해 11월까지 주담대 누적 증가액은 2022년 동기(16조9000억원)와 지난해 동기(46조5000억원)를 넘어선다. 아울러 올해 11월까지 대기업 대출(31조원)과 중소기업 대출(47조8000억원) 증가 규모보다 크다. 올해 2분기와 3분기 서울 일부지역을 중심으로 급등한 부동산가격 영향으로 대출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