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단식 5일째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

“시민들 공포·두려움에 함께하고 싶었다”

2024-12-12 13:00:12 게재

청년들 지키기 위해 ‘단식 농성’ 결단, 제안

“젊은이는 응원봉, 단식은 나만의 저항방식”

“민주당, 비정상의 정상화로 실력 보여야”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청년들을 지키고 싶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들이 느낀 공포와 두려움이 나의 것과 같았다”며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이후 만난 시민들과의 공감대를 설명했다.

나흘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던 남 의원은 11일 국회 정문 앞 농성텐트와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젊은이들은 응원봉을 흔들지만 우리는 우리대로의 저항방식이 있다”며 단식농성에 들어가게 된 계기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과거 군사정권이 보여준 계엄에 대한 트라우마가 다시 올라왔다”며 탄핵 이후 민주당이 ‘비정상의 정상화’를 만드는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가 만난 시민들은 경제 외교 등 ‘트럼프 2.0 시대’의 대한민국에 대해 걱정하는 목소리를 전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 단식 농성에 들어가게 된 계기는.

지난 토요일인 7일 탄핵안이 투표 불성립됐을 때 본회의장에서 나와 국회 정문 앞으로 가니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남아 있었다. 청소년, 청년들이 분노하고 있었다. 부모님에게 허락받고 왔다는 중학교 3학년생도 있었다. 이들을 가까이에서 다치지 않게 보호해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소통도 해야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최대한 시민들과 가까이에 농성장을 만들었다. 국회의원들도 모든 국민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직접 현장에서 시민들과 직접 얘기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많이 듣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됐다.

■ 많은 시민들을 만났나.

국민들이 하시는 말씀이 너무 정확하게 이 상황을 다 꿰뚫고 있었다. 그런 것을 공감하기 위해 이 자리에 나온 거다. 민생이 심각하다는 말이 많았다. 빨리 정리해야 정상국가로 보인다.

국민들은 직관적으로 아는 것 같다. 청년들에게 물어봤다. 왜 나오게 됐느냐. 정치에 관심 있는 청년이 아니었지만 처음엔 믿을 수 없었고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는 너무 두려웠다는 거다.

■ 왜 시민들이 이렇게 매일같이 나온다고 생각하나.

계엄은 국민들에게 공포와 두려움이다. 잠이 안온다고 하더라. 결정적으로는 우리나라의 젊은이들이 경제에 대한 자부심도 있고 민주주의에 대한 자부심도 있는데 이런 게 갑자기 무너진다고 하니까 용기를 낸 것이다. 처음엔 두려움 속에서 나왔는데 많은 사람이 있으니 젊은이들이 서로 용기를 얻었다고 하더라.

■ 탄핵에 대한 생각이 더 강해졌을 것 같다.

제일 많이 심각하게 얘기하는 게 민생이다. 이와 관련한 사람들을 많이 봤다. 송년회 다 취소됐고 증시 떨어지고. 피부로 느껴진다. 경제가 결딴 났던 과거 경험이 있다. 문제는 불확실성이다. 정치가 불안하면 외국인들마저 투자를 빼려고 할 것이다. 탄핵으로 정리를 해줘야 한다. 미 대통령도 새로 돼 외교 국방 경제 문제를 물밑에서 작업해야 하는데 책임 주체가 없다, 너무 길어지면 안된다. 빨리 탄핵으로 정리해야 된다는 거다. 하야 시기를 늦춰서 내년 2월이나 3월에 하겠다는 것은 꼼수다.

■ 가장 먼저 비상단식농성을 제안했다.

지난 8일 의총에서 의원들에게 제안했다. 4선 의원들, 중진들이 먼저 하자고 했다. 초재선 의원들은 바쁘고 중진은 지도부도 아니니까 중진들이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한다는 거였다. 시민들과 소통하면서 거리에서 시위하는 청년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해야겠다는 취지였다. 이학영 박홍근 윤후덕 의원 등 중진과 언제나 열심인 이수진 의원이 동참했다. 여러 단체들이 와서 자신들의 생각을 전해주고 갔다.

■ 단식까지 굳이 할 필요가 있었나.

단식은 옛날 방식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각자의 저항의 방식이 있는 것이다. 젊은이들은 응원봉을 흔들고 우리는 우리들의 방식이 있다.

■ 3일엔 어떻게 본회의장에 들어갔나.

담을 타고 들어왔다. 지역구가 송파다. 국회까지 오는 데 시간이 제법 걸리고 국회에 와 보니 이미 다 봉쇄된 상태였다. 그때는 아무 생각이 없더라. 무조건 담이라도 넘어가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거의 넘어갔는데 이미 국회 안에 경찰이 있어 넘어오지 못하게 했다. 무조건 몸을 던졌다.

그런데 경찰이 말로만 했지 실제 행동으로 막지는 않았다. 그러고 나서 본청으로 뛰어갔는데 이미 계엄군이 들이 닥쳐 있었고 본청 문을 두고 보좌진 등과 대치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아주 작은 통로를 만들어 신분 확인하고 들여보내줬다. 그 다음은 본회의장에 있어 잘 몰랐는데 나중에 국회 사무처에서 보여준 CCTV를 보니 너무 끔찍했다. 계엄군이 의원회관 통로까지 들어와서 결국엔 의원회관 정문으로 나갔다. 과거에도 계엄이 있었지만 국회 본관까지 들어온 것은 초유의 일이었고 굉장히 충격을 받았다. 우리 세대는 유신 독재, 5.18을 겪었기 때문에 트라우마가 막 올라왔다. 제 스스로가 견디기 어려웠다. 부단히 시민들과 만나서 토론하고 서로 연결돼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 민주당이 대안으로서 역할을 해야 할 텐데.

이제 위기 극복을 할 수 있는 민주당, 내란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든든한 민주당의 이미지를 보여줘야 한다. 지금의 이 비정상성을 경제 외교 등에서 정상화하고 대안을 내야 한다.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 지금 행정부가 할 수 있는 건 없다. 입법부가 그 역할을 국회의장과 함께 해야 한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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