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탄핵 뒤 ‘당권 쟁탈전’ 예고
친윤, 비대위 전환 노릴 듯
한 대표, 먼저 사퇴 가능성
국민의힘은 벌써부터 윤석열 대통령 탄핵 가결 이후를 염두에 둔 계파 간 물밑 신경전이 치열한 모습이다. 14일 탄핵안이 가결되면 친윤과 친한이 당권을 놓고 쟁탈전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충돌이 격화되면 2016년 박근혜 탄핵 직후의 새누리당 분당 사태가 재연될 수도 있다.
탄핵을 반대하는 친윤은 12일 원내대표 경선에서 권성동 의원을 총력지원하고 있다. 친윤이 원내대표 자리를 차지하려는 건 탄핵 가결 이후 당권 확보를 염두에 둔 행보로 읽힌다. 탄핵이 가결되면 한 대표가 사퇴할 가능성이 있다.
한 대표가 대표직을 고수하더라도, 친윤 김민전 김재원 인요한 최고위원과 친한 장동혁 최고위원이 사퇴하면 당헌·당규에 따라 최고위원회를 무너뜨릴 수 있다.
장 최고위원은 지난 6일 의원총회에서 탄핵이 가결되면 최고위원직을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한 대표가 사퇴하거나, 최고위가 무너지면 새 원내대표가 대표 권한대행이 되면서 당권을 쥐게 된다. 어떤 식으로든 친윤이 당권을 쥐고 이후 탄핵 정국에 대응한다는 계산인 것이다.
친한은 원내대표 경선에서 친윤 권성동 의원이 당선되는 걸 막겠다며 김태호 의원을 적극 밀고 있다.
만약 김 의원이 원내대표 경선에서 이긴다면 당권을 뺏길 위기는 넘기게 된다. 친한 핵심의원은 12일 “현재 판세로는 친윤-친한 어느 쪽도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백중세”라고 전했다.
다만 친한 일각에서는 한 대표가 선제적으로 사퇴할 필요도 있다는 입장이다. 친한 핵심관계자는 12일 “탄핵 찬성 입장을 밝히고, 대표직을 내려놓는 게 맞다. 대표직에 미련을 둘 필요가 없다”고 전했다. 한 대표가 내년 중반으로 예상되는 조기 대선에 출마하려면 당헌·당규상 어차피 대표직을 내려놔야 하는 상황도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