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피의자’ 윤석열 하야 거부

2024-12-12 13:00:14 게재

“거대 야당 반국가적 패악 알리려 계엄”

윤 대통령, 닷새 만에 출근해 기습 담화

시민·정치권 “윤, 병원부터 가야” 경악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긴급 담화문을 발표하고 “거대 야당의 반국가적 패악을 알리기 위해서”라고 비상계엄 선포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마지막까지 싸우겠다”며 하야 등 조기 퇴진 주장 등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사과 담화 이후 5일 만에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해 전격적으로 담화를 발표했다.

12일 오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 담화를 TV로 보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이날 담화에서 “이번 계엄 선포와 관련해서 법적, 정치적 책임 문제를 회피하지 않겠다고 이미 말씀드린 바 있다”며 “저를 탄핵하든, 수사하든 저는 이에 당당히 맞설 것”이라고 말했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윤 대통령의 조기 퇴진 필요성이 빗발치고 있지만 이같은 요구를 일축한 셈이다.

윤 대통령은 담화문의 대부분을 야당에 대한 비판으로 채웠다. 윤 대통령은 “야당은 비상계엄 선포가 내란죄에 해당한다며 광란의 칼춤을 추고 있다”면서 “과연 지금 대한민국에서 국정 마비와 국헌 문란을 벌이고 있는 세력이 누구냐”고 반문했다.

윤 대통령은 178회에 달하는 대통령 퇴진·탄핵집회, 수십 명의 정부 공직자 탄핵, 특검법 27번 발의 등을 들며 야당을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야당은) 자신들의 비위를 덮기 위한 방탄 탄핵이고 공직기강과 법질서를 완전히 무너뜨렸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선 정당성을 재차 강조했다. 특히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계엄군을 보낸 데 대해서는 선관위 시스템이 엉터리였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댔다. 윤 대통령은 “민주주의 핵심인 선거를 관리하는 전산시스템이 엉터리인데 어떻게 국민들이 선거 결과를 신뢰할 수 있겠냐”면서 “그래서 국방장관에게 선관위 전산시스템을 점검하도록 지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비상계엄 선포의 직접적 이유로는 “민주당이 자신들의 비리를 수사하고 감사하는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사들, 헌법기관인 감사원장을 탄핵하겠다고 하였을 때, 더 이상은 그냥 지켜볼 수만 없다고 판단했다”면서 “비상계엄령 발동을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내란 혐의는 적극 부인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비상조치는 대한민국의 헌정 질서와 국헌을 망가뜨리려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망국의 위기 상황을 알려드려 헌정 질서와 국헌을 지키고 회복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병력이 투입된 시간은 한두 시간 정도에 불과하다”면서 “도대체 2시간짜리 내란이라는 것이 있느냐”고 강변했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권 행사가 통치행위라는 논리도 폈다. 윤 대통령은 “국정 마비의 망국적 비상 상황에서 나라를 지키기 위해, 국정을 정상화하기 위해, 대통령의 법적 권한으로 행사한 비상계엄 조치는, 대통령의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고, 오로지 국회의 해제 요구만으로 통제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담화에 대해 일반 시민들과 정치권에선 황당하다는 반응이 쏟아져나왔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담화에 대해 “반성 아닌 합리화다. 사실상 내란 자백하는 취지”라면서 “당론으로 탄핵해야 한다”고 말했다. 채현일 민주당 의원은 “사이코패스 독재자의 전형”이라면서 “긴급담화를 보고나서 윤석열은 반국가 반체제 수괴이자 내란 확신범임을 재차 확인했다”고 말했다. 정의당은 “참담하다”면서 “지금 이 순간에도 ‘광란의 칼춤’을 추고 있는 내란수괴 윤석열은 지금 즉시, 1분1초의 지체도 없이 바로 체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도에 사는 직장인 구 모씨는 “감옥이 아니라 병원에 가야 할 것 같은 담화”라며 “뭐라 할 말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형선·박준규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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