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터 차 “혼란 장기화, 한미동맹에 최악”

2024-12-13 13:00:02 게재

“트럼프 첫 100시간에 많은 일”

WP, 권력공백으로 안보우려

‘12.3 내란사태’가 윤석열 대통령의 버티기로 장기화 조짐이 일면서 한미동맹 관계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조만간 등장할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임기 초반에 주요한 정책들이 쏟아져 나올 텐데 현재 한국의 정치적 혼란 상황이 이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크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 석좌는 12일(현지시간) CSIS의 온라인 대담 ‘캐피털 케이블’에서 “(현 상황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시작과 한미동맹에 있어서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것 같다”고 주장했다. 전날 CSIS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전직 참모들을 만났다고 밝힌 차 석좌는 “그들은 트럼프의 첫 100일이 아니라 첫 100시간에 한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많은 일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주한미군, 관세, 반도체법과도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도자 간의 개인적 유대는 매우 중요한데 한국에는 이 일을 할 사람이 아무도 없다. 그리고 이런 사태가 오래 지속될 수 있다. 여름이 지나도록 계속될 수 있고 더 길어질 수 있다”면서 “매우 나쁜 시나리오”라고 강조했다.

차 석좌는 트럼프 당선인의 보편 관세 공약과 한국의 대미무역 흑자를 언급하면서 “이러한 조합은 거의 확실히 한국에 대한 10% 이상의 관세(부과)를 의미한다”며 “한국이 리더십을 회복하기 전에 분명히 관세가 부과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 모두가 마러라고나 백악관에 가서 개별 협상을 시도하는데 한국에는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문제가 있다”고 했다. 아울러 “매우 중요한 플레이어가 돼 왔는데 지도자가 없다면 (한국의 위상은) 쉽게 사라질 수 있고 몇 년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시드 사일러 전(前) 미국 국가정보위원회(NIC) 북한 담당관 역시 야당이 새로 정권을 잡을 경우 한미일 협력이 어려워질 것이고, 그런 상황에서 새 정부가 북미 관계에서 중재자 역할을 시도할 수 있다면서 “(이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암시하는 불안한 징조”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트럼프가 취임하면 왜 한국에 많은 주한미군을 배치하고, 왜 그렇게 큰 비용을 지불하는지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면서 “서울에 새로 들어선 정부가 미국에 미온적이고, (트럼프 자신은) 북한과 교섭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면, 왜 우리(미군)는 여전히 그곳(한국)에 있는 것일까(라고 생각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도 12일 한미 안보전문가 의견을 기초로 미국의 주요 동맹국인 한국의 권력공백으로 안보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동맹에 대한 재검검을 준비하는 상황에서 한국의 정치적 마비가 불안을 키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WP는 서울의 장기적 리더십 위기가 방위 협정에 대해 경계심을 갖는 미국 대통령으로의 전환과 맞물리면서 북한을 견제하고 중국의 부상을 제약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한미동맹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를 전했다.

WP는 부시 대통령 시절 국가 안보위원회 아시아 담당 수석 보좌관을 지낸 마이클 그린의 “트럼프가 집권하면서 한국은 [대통령실에서] 안정적인 손길과 주한미군에 대해 때때로 회의적인 대통령에게서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면서 “윤(석열)은 그 사람이 될 수 있었지만, 그는 지금 자신의 정치적 삶을 위해 싸우고 있다”는 발언을 소개했다.

신문은 또 서울은 내부 위기에 빠져 있고 누가 책임을 지고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오랫동안 책임을 지고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면서 이는 최상의 시기에도 까다로울 수 있지만 한국이 트럼프 백악관과 함께 올 수 있는 변화를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특히 불안정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행정부에서 외교부 차관을 지낸 최종건 연세대 교수의 “워싱턴 D.C.에 있는 우리 친구들은 지금 당장 고위 정부 관리들과 대화할 의향이 없을 것이다. 쿠데타에 가담했던 사람과 대화할 의향이 있겠는가”라는 발언을 소개했다.

또 아시아 태평양 안보연구센터의 라미 킴 교수는 WP에 “최악의 시나리오는 윤이 탄핵되지 않고 체포되는 것인데 그는 대통령 권한을 유지하므로 여전히 군통수권자다. 그는 군대를 움직일 수 있고, 외교적 국가원수”라면서 “그러면 워싱턴은 누구와 대화해야 할까. 그것은 동맹에 정말 해로운 상황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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