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이어 수출도 추운 겨울 예고…기계·장비 등 악화
지난달 수출 물량·금액지수 증가세 둔화 뚜렷해져
수출 구조적 경쟁력 약화에 안팎서 동시다발 악재
내수 부진에 수출도 침체를 예고하는 지표가 잇따르고 있다. 단기적으로 탄핵정국 장기화에 따른 국내 정치의 혼란과 중기적으로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따른 교역조건의 악화가 우려된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우리나라 수출 경쟁력이 갈수록 구조적 취약성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이 13일 발표한 ‘2024년 11월 수출입물가지수 및 무역지수’(잠정치)에 따르면, 수출물량지수와 금액지수가 동시에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물량은 지난해 11월보다 1.4%, 금액은 같은 기간 0.3% 줄었다. 수출물량과 금액이 동시에 줄어든 것은 지난해 7월이후 1년 4개월 만이다.
수출 물량은 지난해 7월(-2.9%) 이후 줄곧 오름세를 보이면서 작년 11월(11.7%)과 올해 1월(17.6%) 두자릿수 증가세를 보이는 등 호조를 보였다. 하지만 올해 7월(9.1%) 이후 기저효과가 사라지면서 오름세가 둔화하다 지난달 감소세로 돌아섰다. 금액도 2022년 10월(-6.5%)이후 지난해 9월(-4.9%)까지 12개월 연속 후퇴하다 빠르게 회복세를 보여 올들어 상반기까지 두자릿수 증가세를 이어가다 지난달 후퇴했다.
품목별로는 기계 및 장비류가 물량(-17.6%)과 금액(-17.4%) 모두 큰폭으로 감소했다. 운송장비(-14.2%, -12.4%)도 크게 줄었다. 반도체가 포함된 컴퓨터, 전자기기류(5.1%, 18.2%)는 오름세를 이어갔지만, 공산품 13개 종류에서 물량지수는 7개, 금액지수는 9개 품목이 전년 동기에 비해 감소했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달 자동차 부품업체 파업에 따른 가동률 하락과 월말 폭설 등으로 선적에 차질을 가져온 점도 일부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가 발표하는 통관기준 수출금액과는 일부 차이가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이달 초 발표한 지난달 총수출금액은 563억5000만달러로 지난해 동기에 비해 1.4% 증가했다. 한은 관계자는 “금액지수 하락은 통관기준 수출에서 일부 품목이 빠졌기 때문”이라며 “11월 선박 수출이 크게 늘어나면서 정부발표에서는 수출금액이 소폭 늘었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 발표 통관기준 수출금액에서도 증가세가 10월(4.7%)보다 둔화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어 수출 여건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 지난달 수출입물가지수는 모두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수출물가지수(원화 기준)는 전달(128.54)보다 1.6% 높은 130.59로 집계됐다. 두달 연속 상승세다. 석탄·석유제품(2.6%)과 화학제품(1.3%) 등이 수출물가를 끌어올렸다.
수입물가지수는 139.03으로 전달(137.55)보다 1.1% 올랐다. 수입물가도 두달 연속 올랐다. 품목별로는 농림수산품(2.6%)과 1차금속제품(1.9%), 석탄·석유제품(1.7%) 등이 올랐다. 이문희 한은 물가통계팀장은 “국제유가가 하락했지만 원달러 환율 상승 영향으로 수입과 수출물가가 올랐다”고 설명했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92.88)는 전년 동월 대비 4.5% 올라 17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수입가격이 3.2% 내렸지만 수출가격이 1.1% 오른 결과다. 소득교역조건지수(108.51)는 수출물량지수가 하락했지만, 순상품교역조건지수가 올라 1년 전보다 3.0% 상승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