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탓” 담화에 야 단체장들 거리로
‘1인 시위’ 전국 확산
국정지표 액자도 철거
“대통령 담화가 기가 찹니다. 제정신이 아닙니다.”
이재준 경기 수원시장이 12일 윤석열 대통령의 담화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쓴 글이다. 이 시장은 “이틀도 길다. 당장 자리에서 끌어내려야 한다”면서 이날 저녁 수원역 앞에서 ‘윤석열 탄핵’ 1인시위를 벌였다.
이날 대통령 긴급담화를 전후로 이 시장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기초단체장들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외치며 일제히 거리로 나왔다. 앞서 민주당 전국기초단체장협의회는 11일 국회에서 회의를 갖고 1인시위 등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경기도에선 이 시장과 박승원 광명시장, 최대호 안양시장, 임병택 시흥시장이 출퇴근시간 지하철역사 등에서 ‘윤석열 탄핵’ 손팻말을 들고 1인시위를 벌였다. 전국자치분권민주지도자회의(KDLC) 상임대표를 맡고 있는 박승원 광명시장은 오전 8시 철산역에서 윤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고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정한 국민의힘을 비판했다. 박 시장은 “탄핵에 그치지 않고 국민이 동의하는 완벽한 처벌을 통해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주광역시 자치구 5곳의 구청장들도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1인시위에 나섰다. 임 택 동구청장과 김이강 서구청장, 김병내 남구청장, 문 인 북구청장, 박병규 광산구청장은 이날 오전 각 청사 앞에서 윤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1인 피켓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될 때까지 매일 오전 7시 30분부터 8시 30분, 오후 6시부터 7시 출퇴근시간 하루 두차례 시위를 이어가기로 했다. 전북에서도 이날 정헌율 익산시장과 정성주 김제시장이 ‘국민의 명령이다, 불법계엄 윤석열을 탄핵하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1인시위를 시작했다.
충청권에선 전날 박정현 부여군수가 군청 앞에서 1인시위를 시작한데 이어 이날 대통령 담화 직후 정용래 대전 유성구청장이 1인시위에 나섰다. 정 청장은 “비상계엄 선포가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자 통치행위였다’는 궤변만 늘어놓은 담화를 도저히 참을 수 없다”며 시위에 나선 배경을 설명했다.
야당 단체장들의 분노는 1인시위에 그치지 않았다. 강기정 광주시장과 최대호 안양시장, 박정현 부여군수 등은 집무실에 게시된 국정지표 액자를 철거했다. 국정지표는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 ‘함께 잘사는 국민의 나라’ 등 윤석열정부의 국정철학이 담겨 있다. 민주당 단체장들은 “국정지표 액자 철거는 헌법적 가치를 지키기 위한 국민적 저항의 상징적 행동”이라고 했다. 김제선 대전 중구청장은 집무실 내 국정철학이 담긴 액자를 떼고 ‘시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지키겠습니다’라는 액자로 교체했다.
한편 보수텃밭인 대구·경북 민심도 심상치 않다. 국민의힘 대구시당과 경북도당 건물 앞은 근조화환으로 뒤덮였고 사무실에는 탈당 신고서가 수북이 쌓였다. 12.3 내란사태 이후 대구에서 400여명, 경북은 240여명이 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에선 국민의힘 기초의원이 처음으로 탈당했다. 권영식 합천군의원은 지난 10일 ‘국민의힘 탈당’ 기자회견을 갖고 “더 잘사는 합천군을 위해 국민의힘에 입당했으나 저의 선택은 잘못된 선택이었다”며 위헌적 비상계엄과 국민의힘의 탄핵 표결 불참을 탈당배경을 설명했다.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