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으로 쪼개진 국힘 시·도지사
12명 ‘탄핵 반대’ 외치다
오세훈 유정복 등 ‘철회’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한목소리로 반대하던 국민의힘 소속 시·도지사들이 반으로 쪼개졌다. 지난 6일 12명 공동 명의의 성명을 통해 “탄핵만은 안된다”고 입을 모았지만, 윤 대통령의 내란 혐의가 속속 드러나자 일부 시·도지사들이 기존 입장을 철회했다.
국민의힘 시도지사협의회장인 유정복 인천시장은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탄핵만은 피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국민의 뜻을 존중해 주길 바란다”고도 했다. 하지만 유 시장은 이 의견이 국민의힘 시·도지사 전체의 뜻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지난 6일 국민의힘 소속 시·도지사 12명 전원 명의로 ‘탄핵 반대’ 성명을 발표할 때와는 다른 모습이다.
유 시장보다 앞서 기존 입장을 바꾼 시·도지사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 김영환 충북지사다. 오세훈 시장은 이날 오전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만으로도 탄핵소추를 통해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했고, 김태흠 지사는 "국민의힘 전 의원은 탄핵표결에 참여해 탄핵절차를 밟자"고 제안했다. 김영환 지사도 이날 “헌법기관인 국회의원들은 책임감을 갖고 탄핵표결에 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다른 시도지사들은 탄핵과 관련한 입장 발표를 미루며 사태를 관망하고 있다. 그간 여러 방법으로 탄핵을 반대해온 터라 쉽게 입장을 바꾸지 못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진태 강원지사는 12일 탄핵 문제에 대해 “도지사가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한발 뺐다. 김 지사는 공무원의 탄핵집회 참여를 막았다는 이유로 노조 등의 비판을 받고 있는 상태다. 그는 9일 ‘정국 혼란기 지역 안정화 추진계획’을 내놓으면서 ‘공무원의 불법적 집단정치행위 금지’라는 표현을 썼다가 공무원노조로부터 “내란에 동조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철우 경북지사도 탄핵 이슈를 비껴가려는 듯 12일 ‘이원집정부제·양원제 개헌’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고 출입기자들에게도 배포했다.
박형준 부산시장, 박완수 경남지사, 김두겸 울산시장은 탄핵에 대한 입장표명 없이 몸을 낮추고 있다. 이들은 지난 6일 서울에서 가진 국민의힘 소속 시·도지사 회동에는 참석하지 않았지만 ‘탄핵 반대’에는 동의했다. 특히 박완수 경남지사는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 탄핵은 국가적 혼란”이라며 탄핵을 강하게 반대한 바 있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최민호 세종시장도 탄핵 정국을 회피하고 있다. 이장우 시장은 12.3 계엄선포 당시 시청에 나오지 않고 자택에 머물렀다 다음날 9시 공식석상에 얼굴을 보인 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은 “계엄령이 발표돼 총을 든 군인이 국회를 침탈하고 국민들에게 총을 겨누는 상황에서도 신속히 비상회의를 소집한 다른 시·도지사들과 달리 이 시장은 시장의 역할을 외면하고 자택에 머물러 있었다”고 비난했다. 최민호 세종시장도 지난 4일 탄핵을 반대하며 “통치구조와 제도에 관한 본격적인 개헌논의가 필요하다”며 적극적인 입장을 내던 것과는 달리 최근에는 침묵하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탄핵에 대해서 8일 “탄핵이 부결된 건 참으로 다행”이라고 했고, 10일에도 “탄핵은 불가하고 질서 있는 하야를 할 수 있도록 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탄핵 여론이 높아지자 탄핵에 대한 언급은 피한 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책임론을 집중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한편 국민의힘 소속 시·도지사 12명은 지난 6일 입장문을 통해 “대통령 탄핵만은 피해야 한다. 더 이상의 헌정 중단사태는 막아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