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내란 피의자’에도 탄핵 ‘반대’ 당론
2016년 여당발 탄핵 찬성 62표 … 이번엔 7명 표명
가결 되더라도 정족수 겨우 넘길 듯 … “보수 궤멸”
2016년 ‘국정농단 주범’ 박근혜 당시 대통령에 대한 탄핵 표결에서 집권여당 새누리당 의원 절반 가까이가 찬성표를 던졌다. 탄핵은 여유 있게 가결됐다.
2024년 ‘내란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탄핵 표결을 하루 앞두고 국민의힘에서는 고작 7명만 찬성 입장을 밝혔다. 나머지 101명은 침묵하고 있다. 결국 탄핵안은 가결 정족수(200명)를 간신히 넘기면서 통과가 유력하지만, 두 번째 탄핵 운명에 직면한 보수여당은 8년 새 퇴행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2016년 12월 9일 실시된 ‘국정농단 주범’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 표결을 앞두고 당시 새누리당 의원 128명 가운데 비박(박근혜) 의원 40여명이 찬성 의사를 미리 공개했다. 당시 탄핵 가결을 위해서는 여당에서 찬성 28표가 필요했다는 점에서 40여명의 ‘용기 있는 선택’은 탄핵을 바라는 국민을 안심시키기에 충분했다. 실제 표결에서는 친박 일부까지 찬성 대열에 합류해 여당발 찬성표는 62표로 집계됐다. 여당 의원 절반 가까이가 국민 편에 선 것이다.
하지만 ‘내란 피의자’ 윤 대통령 탄핵 표결을 하루 앞둔 13일 현재 국민의힘에서 탄핵 찬성 입장을 공개한 의원은 7명에 머물고 있다. 야권 전원(192명)이 찬성한다고 하면 여당에서 8명 이상 탄핵열차에 합류해야 가결된다. 익명을 원한 친한(한동훈) 핵심의원은 13일 “나를 포함해 찬성 의원이 10여명 되는 걸로 안다. 자율투표에 맡기면 찬성은 더 늘어날 것 같다. 내일은 가결될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7일 1차 탄핵 표결은 무산됐지만, 14일 표결은 가결될 가능성에 무게를 실은 것이다.
친한 의원 전망처럼 여당 안팎에서도 가결 정족수(200명)는 가까스로 넘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여당발 ‘이탈표’가 10~20표는 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다만 이 같은 흐름과 ‘내란 피의자’ 윤 대통령 탄핵에 대한 국민적 열망 사이에는 뚜렷한 온도차가 존재한다. 국민의힘 의원 101명은 탄핵 표결을 하루 앞둔 13일까지 침묵하고 있다. 심지어 한동훈 대표가 12일 의원총회에서 탄핵 필요성을 언급하자, 일부 친윤(윤석열) 의원들은 고성과 삿대질로 한 대표를 비난했다. 한 대표가 윤 대통령 출당을 지시한 것을 겨냥해 “배신의 정치”라고 비판했다.
12일 실시된 국민의힘 원내대표 경선에서는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관계자) 출신 권성동 의원이 72표를 얻어 친한이 지원한 김태호 의원(34표)을 압도했다. 여론과 동떨어진 여당의 물밑 기류가 여실히 드러난 대목으로 읽힌다.
전문가들도 여당 기류를 놓고 우려를 표한다. 윤희웅 오피니언즈 대표는 “여당 의원들은 8년 전 경험을 앞세워 ‘탄핵하면 폭망한다’고 주장하는데, 8년 전과 지금은 차원이 다른 상황”이라며 “박근혜 탄핵은 국정 무능에 대한 어이없음, 부끄러움이 기반이 됐다면 이번 탄핵은 국민의 생명이 위협받은 데 대한 두려움과 불안함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강도가 완전히 다르다. 8년 전 탄핵 경험을 따르는 건 잘못된 생각”이라고 말했다.
최수영 시사평론가는 “(여당이) 지금 권력을 놓지 않으려고 집착하면 나중에 보수 진영 전체가 궤멸하는 참사가 일어날 수 있다. 이번에는 욕심을 버리고 국민 눈높이에 맞춰서 잘못을 반성하고 거듭나야 국민이 다시 기회를 줄 수 있다”며 “탄핵 표결에 무조건 참석하고 당론 없이 자유투표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