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던 우리나라, 대통령이 망쳐 놔”
‘계엄한 나라’ 위상 실추 속상해
70대 “젊은 세대 믿음직스러워”
“K팝, K뷰티 등 대한민국 위상이 역사상 어느 때보다 높아졌는데 ‘21세기에 계엄한 나라’로 만들다니요. 대통령 한 사람이 끼친 손해가 너무 끔찍합니다.”
14일 여의도 국회 앞은 탄핵촉구 촛불행진이 예정된 3시가 되기도 전에 이미 수많은 인파로 넘쳐났다. 엄마 아빠 손을 잡고 나온 아이들, 회사 동료와 참가한 30대 등 연령과 세대를 불문하고 수십만 인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의 국회 의결을 촉구하고 있었다.
아이돌 그룹 엔팀의 팬이라는 대학생 김소연(가명. 24)씨는 “국제정세에 관심이 많은데 이번 비상계엄 사태로 한국이 안전하지 않은 나라로 불리는 것에 크게 속상했다”면서 “우리나라의 미래가 이대로는 안되겠다고 생각해 친구와 함께 나왔다”고 말했다. 또다른 20대 박아영(24.가명)씨는 “나라 상황이 심각하다는 생각이 들어 목소리를 보태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왔다”고 말했다.
강서구 화곡동에서 왔다는 70대 김선호씨는 지난 7일 이후 매일 저녁 여의도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우리 세대는 계엄과 군사독재 등 여러 아픈 정치현실을 경험한 세대”라며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가선 안된다는 마음으로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문민정부가 들어설 때도 그렇고 1987년 6.29선언도 정치권이 아닌 국민들 참여도 만들어낸 것”이라며 “현실에 무관심한 채 자기 삶만 챙기는 줄 알았던 젊은이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나라는 여전히 희망이 있다는 뿌듯한 마음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탄핵 집회엔 참석했지만 여전히 정치권에 대해선 불만이 많다는 시민들도 많았다. 인천 계양구에 살고 있는 전영훈(가명.42)씨는 “윤 대통령을 끌어 내려야 한다는 데엔 찬성하지만 정권이 바뀌고 또 상대를 죽이는 정치가 다음 정권 내내 진행될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전씨는 “주변에서 탄핵집회에 참석하면 이재명 지지하는 줄 아는데 전혀 그것과는 무관하다”면서 “현 정치권엔 마음에 드는 인물이 아무도 없기 때문에 대통령 탄핵과 함께 현 정치권이 모두 물갈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씨와 함께 집회에 참석한 직장 동료 김정재(가명.43)씨는 “투표권은 국민이 위임한건데 그걸 자신들 마음대로 거부하고 표결에 들어가지 않는 모습에 가장 분노했다”면서 ”“가 다음 대통령이 되느냐는 관심 없고 일단 저 위험한 대통령을 직무정지 시켜야 한다고 생각해 참석하게 됐다”고 말했다.
오후 4시를 기해 국회가 탄핵소추안 표결 절차를 진행하자 시민들은 저마다 휴대폰을 열어 국회 모습을 생중계로 시청하기 시작했다.
카페와 식당 등 여의도 곳곳에서 집회에 참석 중인 시민들은 우원식 국회의장의 개회 연설을 숨죽이고 들으며 탄핵 표결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서울시 실시간도시데이터에 따르면 14일 오후 4시 30분 현재 여의도의 실시간 인구는 26만명에서 최대 27만명을 기록하고 있다. 평소 해당 시간대 여으도 상주인구 및 평소인구를 제외하면 이날 오후 4시까지 최대 25만명의 인파가 몰린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