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양&물, 생명의 고리
토양오염 위해성평가 적용 범위 확대 필요
자연 물질과 인위적 오염을 구분해 차별화된 관리
건강 영향 최소화하기 위해 세부 규정 보완 시급
토양과 물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지표면의 오염물질은 지하수 등 물 순환을 따라 확산된다. 이 흐름을 제대로 잡아야 인간도, 생태계도 건강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자연 유래 물질인지 인간의 인위적인 활동으로 인해 발생한 오염인지부터 확인하는 게 쉽지 않다. 또한 자연 유래 물질이라고 그대로 방치할 수도 없는 문제다. 최근에는 인간의 항불안제가 하수 등을 통해 수생태계에 유입되면서 어류 생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결국 물질흐름을 어떻게 하면 제대로 제어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자연적으로 이미 토양 속에 있는 물질인지, 인위적인 오염인지를 구분해 차별화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위해성평가 적용 범위를 확대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인지 면밀히 살펴보고 실제 건강에 영향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위해성평가는 환경 유해 인자가 환경에 배출되거나 생활 환경에서 사용될 때 인체에 미치는 영향 정도를 추정하는 것이다.
15일 한국환경연구원의 ‘지질 기원 토양오염 적정관리를 위한 정책제언’ 보고서에서는 민간 부지개발을 위해 토양오염 정화를 할 때 상당수가 지질 기원 불소 오염이 원인이었다. 하지만 현행 법령상 자연적 원인으로 인한 토양오염을 입증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세부 규정이 미흡한 상황이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토양환경보전법 제15조의5 제2항에 따르면, 자연적 원인으로 인한 토양오염의 경우 위해성평가를 실시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토양정화의 범위나 시기 및 수준을 결정할 수 있다. 단, 오염토양을 반출해 정화하는 경우는 제외된다.
토양환경보전법 시행령 제11조의2 제1항에서는 △주변 지역 토양 분석 결과와 비교 △대상 부지 기반암으로부터 기인함을 증명 △기타 과학적 방법으로 자연적 원인 증명 등 지질 기원 토양오염 입증 방법을 규정한다.
문제는 세부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보고서에서는 △조사 대상 지역 선정 기준 △주변 지역과의 비교 분석 방법 △지질학적·지구화학적 특성 평가 방법 등을 포함한 조사 및 평가 지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일본의 경우 지질 기원 토양오염의 경우 ‘자연 유래 특례구역’으로 관리한다. 지질학적으로 비슷하게 오염이 되어있기 때문에 일정 구획만을 봉쇄하는 건 효과적이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토양오염 조사 구역은 크게 조치실시구역과 형질변경시 신고구역 등으로 나뉜다.
조치실시구역은 오염 제거 등의 조치를 강구할 필요가 있는 구역으로 원칙적으로 형질변경이 금지된다. 형질변경시 신고구역은 토양오염은 있지만 건강피해 우려가 없는 구역이다. 하지만 형질변경을 한다면 신고가 필요하다. 건강피해 가능성이 있을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주변 토지에서 지하수 음용 여부 △일반인 출입 여부 등이다. 또한 일본의 지질 기원 토양오염 판단을 위한 요건은 △오염 상태가 지질학적으로 동질한 상태로 퍼져 있을 것 △제2용출량 기준에 적합할 것 등이다.
12일 환경부 관계자는 “이미 자연적으로 있는 물질들까지 제거하기에는 일정 부분 합리적이지 않은 측면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능성은 사전에 판단해서 관리를 반드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에서는 해당 토양을 활용하는 목적에 따라 인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정화를 하는 추세”라며 “위해성평가를 고려한 토양오염 관리 체계를 확대하는 게 필요해 내년부터 작업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토양오염을 정화할 때는 대부분 토양세척 공법을 적용한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20~2022년) 공공기관 발주 불소 오염토양 정화사업 중 토양세척 비율이 증가했다. 2020년 토양정화 사업 77건 중 토양세척은 32건으로 42%였다. 2022년에는 토양정화 사업 56건 중 55%인 31건이 토양세척이었다.
토양세척 공법은 간단히 설명하면 토양을 빨래하듯이 빨아 오염물질을 없애는 방식이다. 기법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전처리나 분상화 작업을 통해 큰 입자를 작은 입자로 분쇄하는 과정 등을 거친 뒤 특정 오염물질에 최적화된 산용출제를 주입해 화학적으로 탈착 되는 반응을 유도한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