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에 발주·분양지연, 건설 ‘삼중고’
공공발주 억제, 거래심리 위축 … 올해 건설업체 27곳 부도, 전년대비 두배 증가
원가인상과 고환율에 위축됐던 건설시장이 탄핵정국으로 장기 침체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공발주가 지연되고 분양이 억제되면서 유동성이 충분하지 못한 중소 건설사의 줄도산이 우려되고 있다.
16일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올해 부도를 신고한 건설업체는 27곳(11월말 현재)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 13곳보다 두배 이상 늘어났다. 연간 최대치를 기록한 2019년(49곳) 상황이 재현되고 있다.
부도난 건설업체의 85%가 지방에 있는 중소 전문건설사다. 부산이 6곳으로 가장 많고 전남 4곳, 경남 3곳이다. 부도를 낸 업체 중 종합건설사는 11곳이고 나머지 16곳은 전문건설사로 집계됐다. 중소 전문건설업체가 자금 조달 능력이나 경영구조가 취약하다는 점을 알 수 있는 수치다.
건설업계는 당분간 부도 위기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탄핵정국으로 공공발주가 중단되고 분양시장이 눈치보기에 들어간 가운데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금리 불안정과 원자재가격 인상 등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정부 발주가 불확실해지면서 기반시설을 수주하던 일부 건설업체들의 위기감이 높아졌다. 특히 주택시장은 거래량이 회복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어 프로젝트파이낸싱(PF) 2차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1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신고 기준으로 2829건이다. 거래량은 석달 연속 3000건대에 머무르고 있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7월 9206건까지 늘었으나 8월 6490건으로 줄었고 9월에는 3131건으로 반토막 났다. 하반기 이후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급격히 올라 수요자들이 가격 부담을 느끼던 상황에서 대출 규제가 강화되자 찬바람이 거세졌다.
국내 정치 불안과 함께 우크라이나 전쟁, 트럼프 취임 등 국제 이슈도 국내 건설시장 위험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의 재집권으로 인해 금리·환율 등 재무적 위험이 부각되고 건설근로자·건설자재 등의 운영문제 해소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태준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신성장전략 연구실장은 건설산업 긴급 정책진단에서 최근 탄핵 정국과 관련해 “환율이 더욱 크게 증가할 가능성이 높고 국토와 주택에 관련된 공공부문 공사 발주가 지연되거나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며 “구매 심리도 악화되며 주택시장 불경기가 장기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실장은 “해외 건설시장도 국가 신뢰도 하락으로 한국 건설업체의 신용평점이 하락할 우려가 있다”며 “그나마 대안으로 볼 수 있는 해외 시장에서의 수익성이 감소하거나 아예 기회를 상실할 수 있는 위험에 빠지게 된다”고 덧붙였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