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피했다…연말특수 돌아오나 기대감 '쑥'

2024-12-16 13:00:05 게재

소공연 “경제와 민생에 집중해 달라”

유통업계 환율상승으로 진퇴양난

서울 삼각지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김씨. 올 연말 최악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3일 발생한 내란사태 이후 손님 발길이 뚝 끊어졌기 때문이다. 삼각지는 몇년전부터 용리단길이라고 불릴 정도로 직장인과 젊은층이 많이 찾는 소위 ‘힙’한 지역이다.

김씨 주점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그럭저럭 장사가 되는 편이었다. 테이블 10개가 매일 만석은 아니었지만 주변에서 식사하고 2차로 찾는 주점치고는 꾸준했다.

올해들어 매출이 반토막 났다. 지속되는 불황으로 직장인들이 지갑을 닫은 탓이다. 주말을 제외하면 테이블 2~3개 정도만 손님이 찼다. 김씨와 부인이 가게를 운영하고 있지만 한 사람 최저 인건비 정도 건지는 정도다. 지난해 고용하던 아르바이트 직원도 해고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이번 내란사태로 매출은 더 줄었다. 지난주에는 손님이 거의 없다시피 했다.

김씨는 “장사밥 10년동안 이런 불경기는 처음 겪는다”며 “탄핵정국도 큰 파도가 지나간 만큼 손님들이 다시 돌아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이제 헌법재판소의 시간이다. 내란사태로 치명타를 입었던 소상공인들도 한숨을 돌렸다. 지난 주말 유통매장에 모처럼 인파가 몰렸다. 멈췄던 연말 특수가 다시 살아나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탄핵국면이 진행형이라 여전히 불안감이 크다.

불황에 내란사태 여파로 자영업계가 울상을 짓고 있는 가운데 15일 오후 서울 종로 일대 모습. 이날 소상공인엽합회는 입장문을 통해 정치권이 초당적 협력을 통해 경제 살리기에 나설 것을 요청하는 한편 국면이 전환된 만큼 연말을 맞아 소비자들도 안심하고 소상공인 매장을 찾아달라고 호소했다. 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소상공인단체들은 일제히 “경제와 민생에 집중해 달라”고 호소했다.

소상공인연합회(소공연)는 15일 “일련의 사태로 인한 예약취소와 소비위축으로 송년특수는 커녕 가뜩이나 어려운 소상공인의 처지가 극한으로 내몰렸다”며 “경제적인 불확실성을 걷어내야 할 때”라고 호소했다. 국면이 전환된 만큼 소상공인 매장을 방문해 달라는 당부다.

12월 3일 내란사태 이후 각종 연말모임 취소가 이어졌다. 소공연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88.4%가 비상계엄 선포 이후 매출이 감소했다고 응답했다. ‘50% 이상’ 줄어든 곳은 36.0%에 이르렀다. 소공연은 ‘여·야·정협의체’를 구성해 경제와 민생안정에 나서 줄 것을 정치권에 촉구했다. 경제주체 모두의 지혜를 모아 사회가 통합과 민생안정의 길로 나아가는 중심역할을 주문한 것이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도 입장문을 내고 “정부와 국회는 계엄과 탄핵정국을 극복하고 민생에 몰두하는 책임감 있는 자세를 보여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유통업계는 내수부진 장기화에 이어 강달러(환율상승)까지 겹쳐 진퇴양난에 빠진 모양새다.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을 것으로 우려되는 가운데 원재료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부담이 커지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불확실성이 너무 커 내년도 사업계획을 세울 수조차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 농수산물과 생필품 등을 수입해 판매하는 대형마트는 특히 강달러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수입처 다변화, 결제화폐 변경 등의 방식으로 비상 대응하고 있다.

여행업계도 강달러 현상을 우려하고 있다. 고환율은 해외여행 수요를 위축시키기 때문이다. 임혜윤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양질의 일자리 증가가 더디고 서비스업이 부진한 가운데 임시·일용근로자가 늘고 자영업자와 판매 종사자는 줄었다”면서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당분간 기업 투자도 녹록치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민간수요 회복을 위한 정책대응이 필요하다”며 “대내외 위험이 동시에 불거진 상황인 점을 고려하면 현실적인 카드로 추경 세출확대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형수·고병수·정석용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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