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정원, 구청-주민이 함께 가꾼다
강동구 ‘아름다운 정원 지킴이’
청년부터 노년층까지 호응 커
“수국은 위쪽을 잘라주면 내년 여름부터 가을까지 다시 꽃이 올라옵니다.” “알뿌리는 10㎝ 깊이에 심고 흙으로 덮어주기만 하면 됩니다. 뿌리마다 2~3개 정도 공간을 두세요.”
서울 강동구 상일동 지하철 5호선 고덕역 인근 ‘치유의 정원’. 강동경희대병원과 강동아트센터 사이 보도 일부를 정원으로 바꾼 곳이다. 2024 서울국제정원박람회 일환으로 유휴공간을 활용해 주민들이 쉼터를 마련했는데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되기 전 이수희 구청장과 주민들이 나섰다. 꽃잎을 떨군 수국 꽃대를 자르고 봄을 가장 먼저 알려줄 수선화 튤립 등 알뿌리를 심는 작업을 하기 위해서다. 일상적으로는 인근에 사는 주민 안정배(78·상일동)씨가 관리한다.
16일 강동구에 따르면 구는 지역 내 정원을 주민들이 직접 가꾸는 ‘정원 자원봉사자’를 지난달부터 시범 운영하고 있다. ‘아름다운 정원 지킴이’를 뜻하는 ‘아·정·이’다.
서울시 정원도시 정책에 발맞춰 지역 내에 12개 정원을 조성한데 이어 지속가능성을 더하기 위해 주민들이 직접 참여해 관리하도록 했다. 이수희 구청장은 “정원 관리는 기계에 의존하지 않고 전 과정에 사람 손길이 필요하다”며 “정원 가꾸기를 좋아하는데 공간이 없어 아쉬움을 느끼는 주민들은 취미생활을 할 수 있고 구 입장에서는 예산 절감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당초 5명을 모집했는데 2주만에 7명이 동참을 자처해 인원을 확대했다. 안씨를 비롯해 고덕동 주민 오종선(81)씨, 경희대 의대 3학년 동급생인 정희훈·노현우씨 등이다. 구는 주민들 참여에 힘입어 치유의 정원과 강일동 하천변 매력정원 두곳으로 예정했던 관리 대상도 강일동 특화정원까지 세곳으로 늘렸다.
주민들은 정원관리 기초교육을 받은 뒤 지난달부터 집 근처 정원을 돌본다. 정원당 2~3명씩 배정을 받았다. 활동시간은 스스로 정하되 1주일에 2일, 최소 8시간 이상 정원을 들여다 보고 있다. 통상 꽃을 가꾸거나 물주기 작업을 하는데 현재는 낙엽과 쓰레기를 치우고 죽은 꽃을 제거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고덕천 인근 매력정원을 맡고 있는 정희훈·노현우씨는 “재미있는 자원봉사라고 생각해 신청했다”며 “요즘 쓰레기 줍기를 주로 하고 있는데 친구들에게도 권하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강동구는 올해 3곳에서 ‘아·정·이’를 시범 운영한 뒤 내년에는 정원을 포함해 소공원과 띠녹지까지 26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참여하는 주민 숫자도 100명까지 늘려 정원 관리와 청결유지, 시설물 점검 등을 맡길 계획이다. 구 관계자는 “정원 산책만으로 긴장 이완, 혈압 정상화 효과가 있고 관리까지 참여하면 스트레스 감소와 자아존중감 향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며 “녹색 여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어 정원활동에 관심있는 주민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주민참여를 계기로 예산절감도 노리고 있다. 기간제 근로자는 1인당 연봉 3000만~4000만원인 반면 1회 활동에 1만4000원씩 지급하는 자원봉사자는 100명을 뽑아도 1억원이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기존 기간제 직원은 민원 처리에 주로 투입할 수 있고 주민들은 자신만의 정원을 가꿀 수 있어 상승효과도 기대된다.
이수희 강동구청장은 “공공 주도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지속가능한 지역기반형 정원 관리체계를 구축하고자 한다”며 “많은 주민들 관심과 참여를 통해 강동의 품격을 한단계 더 높이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