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협력 외치다 뒤통수 친 수방사
서대문 갔다면서 국회로
서울시 CCTV 59회 접속
북한 도발 대비 등 안보협력을 강화하자던 수방사가 서울시 뒤통수를 쳤다.
16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계엄 당일 수도방위사령부 병력은 국회에 투입된 정황이 포착됐다. 서대문에서 대기한 것으로 알려졌던 수방사 소속 2특임대대는 실제로는 국회 출동을 명령받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계엄 선포 30분전쯤인 오후 10시 부대원들에게 먼저 비상소집 통보가 내려갔고 이후 국회로 출동한 수방사 병력은 공포탄뿐 아니라 실탄까지 휴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뿐 아니다.수방사 등 군은 계엄 당일 저녁 서울시 CCTV에 59회나 접속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화재 재난 등에 대비하기 위해 구축된 서울시 CCTV에는 군 소방 경찰 등 관계 기관들이 상시 접속할 수 있다. 서울시가 부여한 기관별 ID를 활용해 원하는 지역의 영상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날 수방사가 들여다본 서울시 CCTV는 평소와 달리 여의도와 용산, 종로에 집중됐다. 계엄 이후 군의 이동경로, 도로 상황 등을 집중적으로 사전 점검한 의혹이 짙다. 기관별 상시 접속이 가능하지만 로그인 기록은 남는다. 시가 공개한 접속기록에 따르면 수방사는 계엄 당일 저녁에만 서울시 CCTV를 통해 781건의 영상을 조회했다. 시 관계자는 “업무협약을 맺은 기관은 서울시 사전 승인 없이 상시 접속이 가능하지만 접속기록은 모두 남는다”며 “상시 접속이 가능한 만큼 접속에 따른 책임도 모두 해당 기관이 진다”고 말했다. 군이 이날 CCTV에 접속하면서 밝힌 접속 목적은 장비점검, 현장확인, 테스트 등이다. 하지만 접속 사유가 계엄 이행을 위한 것으로 판명될 경우 허위 기재 등으로 처벌 사유가 추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수방사는 앞서 서울시와 북한의 드론공격, 전자기파 공격 등에 대비한다는 목적으로 올해 상반기에만 3차례 안보 회의를 개최했다. 오세훈 시장도 세차례 모두 참석해 매번 두시간씩 집중적인 점검을 했다. 하지만 계엄 당일 수방사 행태로 군과 서울시 신뢰에 큰 금이 갔다. 외부의 공격에 대비해 서울과 시민을 보호하자던 군이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는 계엄 준비에 앞장섰던 셈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군은 이번 계엄 사태를 앞두고 북한에 드론을 보내 국지전을 유도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계엄에 필요한 전시상황을 조성하기 위해 북을 자극했다는 건데, 드론 공격에 대비하자던 군이 되레 북한에 드론을 보내 서울시민 안위를 위협에 빠뜨렸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서울시 통합방위위원회 일원이기도 했던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에게는 15일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현재 직위가 해제된 이 전 사령관은 내란 및 직권남용 혐의를 받고 있다. 비상계엄 당시 국회의사당에 수방사 예하 병력을 투입한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관계자는 “대한민국 수도인 서울을 지켜야 한다며 안보 협력을 외치던 군이 거꾸로 서울시와 시민의 뒤통수를 친 셈이 됐다"면서 ”향후 서울시와 안보 협력 논의도 정상적 진행이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