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과거 고려아연과 체결했던 비밀유지계약(NDA) 위반 가능성을 부인하며 내놓은 해명이 거짓 의혹에 휩싸였다.

MBK는 2년 전 고려아연으로부터 넘겨받은 신사업 관련 기밀 자료를 최근 진행 중인 적대적 M&A에 활용한 거 아니냐는 의심을 받자 해당 의혹을 강하게 부인한 바 있다. 해명의 핵심은 2가지로 비밀유지계약을 체결한 부문(스페셜시튜에이션스)과 적대적M&A를 시도하고 있는 부문(바이아웃)이 다르고, 각 부문간 차이니즈월 즉 칸막이가 있다는 주장이다.

MBK는 과거 고려아연으로부터 기밀자료를 넘겨받은 곳은 스페셜 시튜에이션스 법인이었고 현재 고려아연 적대적 M&A를 진행 중인 곳은 바이아웃 법인으로, 서로 다른 법인에서 비밀유지계약(NDA) 체결과 적대적 M&A가 각각 진행된 만큼 고려아연의 기밀자료를 적대적 M&A에 절대 활용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또한 MBK는 두 법인 사이에 정보교류 차단 장치인 이른바 ‘차이니즈월’이 존재하고 있어 스페셜 시튜에이션스 법인에서 검토한 사업 내용은 바이아웃 법인으로 절대 공유되지 않는다는 논리도 내세웠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MBK 내부자료에는 전혀 다른 내용들이 담겨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MBK 파트너스 핵심 임원으로 등록된 5명이 스페셜 시튜에이션스 투자와 바이아웃 투자 업무를 같이하는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MBK의 자료에는 MBK 주요 임원 5명이 ‘바이 아웃’과 ‘스페셜 시튜에이션스’ 투자를 같이 하고 있다고 소개돼 있다. MBK 파트너스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이자 파트너인 이인경 부사장과 차영수 운영 파트너, Hyosung Christie Tang, Xuan Yan, Shinich Mochida 등이 그 대상이다. 바이아웃 법인과 스페셜 시튜에이션스 법인 간 일체의 정보와 교류가 차단돼 있다는 이른바 ‘차이니즈월’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설명이다.

특히 이들 5명 가운데 이인경 최고재무책임자(CFO)·부사장은 MBK 비밀유지계약(NDA) 위반 의혹을 입증할 핵심 인물로 꼽힌다.

MBK내부자료에 따르면 이 부사장은 스페셜 시튜에이션스 업무뿐 아니라 바이아웃 업무도 같이 하고 있는 것으로 나와 있다.

또 다른 MBK자료인 연차보고서에서 이 부사장은 고려아연과 비밀유지계약(NDA)을 체결했던 MBK 홍콩 법인 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즉 MBK 홍콩 법인(스페셜 시튜에이션스 법인)이 넘겨 받은 고려아연 신사업 관련 자료들과 바이아웃에서 추진하고 있는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M&A 정보들을 모두 알 수 밖에 없는 위치에 있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해당 정보와 내용들이 사람을 통해 자연스럽게 공유되거나 흘러 들어갔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

이 같은 정황들은 MBK 파트너스가 주장한 ‘차이니즈월’이 유명무실하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일각에선 MBK가 비밀유지계약(NDA)에 따른 여러 법적 책임을 회피하려 실체 없는 ‘차이니즈월’을 방어막으로 내세운 거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언론에선 MBK 비밀유지계약 위반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MBK는 천문학적인 손해배상 소송 뿐 아니라 형사 처벌가능성까지 대두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IB) 관계자는 “사모펀드 의사결정 구조가 외부에 전혀 알려져 있지 않은 데다 워낙 불투명해 검증이 어렵다는 점을 노려 MBK가 무리한 해명을 내놓은 건 아닌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MBK파트너스측은 “해당 임원들은 딜을 담당하지 않았다”며 “최윤범 회장 측근으로 알려진 인물이 제안한 투자건은 실무단에서 조차 검토하지 않은 건”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