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전 종전위해 트럼프 나선다
기자회견서 “푸틴·젤렌스키와 대화할 것” … 미, 북한군 우크라군과 교전 첫 확인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자신의 자택이 있는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끔찍한 대학살’이라고 규정한 뒤 “우리는 푸틴 대통령, 젤렌스키 대통령과 대화를 나눌 것”이라며 “이걸 멈춰야 한다. 나는 이를 멈추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협상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너무 많은 사람이 죽고 있다”고 말한 뒤 푸틴 대통령을 향해서도 “협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이 중동 상황에 비해 어렵다며 바이든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본토를 깊숙이 타격할 수 있는 미국산 장거리 미사일 사용을 승인한 것을 비판했다. 그는 “러시아까지 200마일(약 320㎞) 떨어진 곳에서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나쁜 일이고, 북한의 군인을 불러들인 것”이라며 미국의 장거리 미사일 사용 승인이 북한군 파병을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서는 “내가 잘 지내는 또 다른 사람”이라며 “내가 취임하기 몇 주 전에는 더욱 그렇다. 왜 내 의견도 묻지 않고 그런 일을 했을까. 나는 허락하지 않았을 것이다. 매우 큰 실수”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앞뒤 순서가 뒤바뀐 것으로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장거리미사일 ‘에이태큼스’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이후에 내려진 조치다. 미사일 발사가 북한군을 부른 것이 아니라 북한군 투입이 장거리미사일 허용으로 이어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승리 후 푸틴 대통령과 대화를 나눴는지에 대한 질문에 확답은 피한 채 자신이 집권하고 있었다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이날 트럼프 당선인의 기자회견과는 별개로 미국 정부는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 러시아 쿠르스크에서 우크라이나군과 전투를 벌였으며,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팻 라이더 국방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우리는 북한군이 쿠르스크에서 러시아군과 함께 전투에 참가했다고 평가하고 있다”면서 “북한군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징후가 있다”고 말했다.
라이더 대변인은 북한군 사상자 수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없다면서도 북한군이 지난주 전투에 투입됐고 러시아 부대에 통합돼 주로 보병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 당국이 북한군의 교전 및 사상자 발생을 공식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국가안보소통보좌관도 이날 브리핑에서 “지난 며칠간 우리는 북한 군인들이 전장의 제2선(second lines)에서 최전선(front lines)으로 이동하고 전투 작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목격해왔다”면서 “물론 놀랍지는 않지만 이제 북한 군인들이 전장에서 피해를 보고 있다”고 전했다. 커비 보좌관 역시 “구체적인 숫자는 없지만 우리는 북한군이 전사자와 부상자 등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고 믿는다”면서 “피해 규모는 수십명(several dozens)에 달하며 대수롭지 않은 피해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커비 보좌관은 대선 이후 트럼프 팀과 나눈 대화에서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 타격을 허용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이것은 솔직히 북한군의 전장 투입에 대한 대응이었으며 투입은 대선 전에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러시아 내 전장에서 전사한 북한 군인을 봤다”면서 “쿠르스크에 배치된 북한군은 이미 합법적 표적이 됐다. 그들은 전투에 참여했고, 전투원으로서 우크라이나군의 합법적 표적이 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현재 쿠르스크에 있는) 그들이 우크라이나로 국경을 넘어간다면 러시아 정부의 또 다른 확전이 될 것”이라며 “북한 정부 역시 독립 주권국(우크라이나)을 상대로 침략전쟁을 수행하려 군대를 보낸다면 북한 정부의 확전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밀러 대변인은 “우리는 이미 북한군 파병으로 러시아와 북한의 확전을 목격했다”며 “북한군을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싸우도록 보내는 것은 더 큰 확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