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문화·예술인 함께 동네미래 그린다
도봉구 ‘지역학’ 주제로 새로운 시도
과거 흔적 토대, 지역사회 내일 조명
‘응답하라 1988’ ‘힘쎈여자 도봉순’…. 인기리에 방영됐던 텔레비전 극 제목이자 또다른 공통점이 있다. 서울 도봉구가 주요 배경이 됐고 지역을 중심으로 주인공들 활약상이 펼쳐졌다. 이뿐 아니다. 1990년대 ‘종이학’을 비롯해 2000년대 초반 ‘눈사람’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 이어 2010년대 ‘도깨비’ ‘미스터 선샤인’, 2020년대 ‘오징어게임’ 등에도 도봉구 주요 지역이 등장했다.
17일 도봉구에 따르면 구는 그간 역사에 제한됐던 지역학을 문화와 예술 주민생활 등 전반으로 확대하는 새로운 시도를 한다. 지난달 말 개최한 ‘2024 서울 지역학 페스타’가 그 전환점이다. 쌍문동에 위치한 덕성여자대학교 지역협업센터와 함께 지난 2020년부터 연합학술제를 열어왔는데 연구자나 학생 실무자 등만 호응한다는 한계점을 인식하고 주민 누구나 공유할 수 있도록 개방했다.
‘살아온 것들, 살아갈 것들’을 주제로 정했다. 과거를 살아온 사람들 흔적과 유산, 동시에 지역에서 살아가는 오늘을 조명하고 미래를 그리겠다는 취지다. 구 관계자는 “연구자를 비롯해 지역 문제에 관심이 있는 예술인 주민들의 장”이라며 “다양한 이야기를 공유하고 소통하면서 우리가 살아갈 곳을 만들어 보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드라마 속 도봉구를 들여다 본 것도 그 일환이다. 전문가들을 초빙해 지역 문화유산의 특성과 그 속에서 찾을 수 있는 가치를 조명한 데 이어 오늘 지역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이야기를 다루는 연구논문을 공모했다. 수상작 중 한편이 ‘드라마로 본 도봉구의 장소성’이다. 드라마 37편을 분석한 연구진은 “조선시대뿐 아니라 근현대까지 여러 시대의 역사문화 자원이 다수 산재해 있다”며 “배경이 된 장소를 관광산업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정체성 확립과 차별화를 통해 전 지역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지역 연구 활성화를 꾀하는 만큼 신진 연구자 지원에도 공을 들였다. 지역소멸이라는 현실에서 각 지역이 처한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판단, 개별 지역을 연구한 성과를 축적해 문화적 해결방법을 모색하자는 취지다. ‘도봉상’ ‘지역문화상’ ‘학술상’ 등을 내건 결과 이웃 성북구 북정마을 예술인 복합문화공간부터 일제강점기 경북 달성군 해안면 지역사회 동향을 논의할 수 있었다.
실제 도봉구에 거점을 둔 활동가들은 지역문화의 현재와 미래를 논의하는 계층별 토론회로 하나가 됐다. 문화예술단체 활동과 활성화 방안, 문화예술인과 지역에서의 지속적인 활동, 청년과 지역, 지방문화원의 미래를 위한 준비 등이 주제였다. 독립서점 대표, 지역신문 기자, 대학 교수 등이 좌장을 맡았다.
토론회에서는 각 단체 활동에 지역성을 반영하고 예술인들이 상호 연대하면서 주민과 연결점을 찾자는 제안이 나왔다. 최귀옥 문화원장은 “계층을 넘어선 논의가 활성화 될 때 보다 풍요로운 지역문화를 약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실제 토론자로 참여한 박소연(29·관악구 봉천동)씨는 “문화원에서 진행하는 16주 과정을 들으면서 다양한 문화예술분야를 접할 수 있었다”며 “문화예술경영이라는 전공을 지역에 어떻게 도움이 되도록 활용할까 고민하게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도봉구는 이번 페스타를 기점으로 서울의 지역문화를 그려간다는 구상이다. 오언석 도봉구청장은 "도봉은 역사문화적으로 보존가치가 높은 지역"이라며 "보존해야 할 문화적 가치를 발굴·공유하면서 후손을 위해 잘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