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탄핵심판’ 진행속도 관심
헌재, 27일 준비기일·주심지정 속도
지연 우려에 문형배 “영향 없다” 일축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을 맡은 헌법재판소가 본격적으로 준비 절차에 들어가면서 그 진행속도에 이목이 쏠린다.
헌재는 6인 재판관 체제에서도 신속한 심리·변론을 진행하기로 했다. 다만 탄핵심판은 형사소송에 준해서 증거주의를 적요하는 만큼 증거와 증인 심리가 주를 이룰 예정이어서 변수가 있을 수도 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이날부터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현재는 10명 남짓한 헌법연구관들로 구성된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한다. 헌재는 평소 재판관별 전속부와 사회권·자유권·재산권으로 나뉜 공동 연구부를 운영하며 사건을 심리하지만, 대통령 탄핵이라는 중대성을 고려해 이번 사건을 검토할 전담 TF를 마련했다.
TF 규모는 20여명이 참여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건 때보다 작지만 심리 진척에 따라 인력이 추가 투입될 가능성도 있다.
헌재는 탄핵심판 첫 변론준비기일을 오는 27일로 잡았다. 이와 함께 정형식 재판관을 주심으로 지정하고 각 기관에 의견이나 필요한 자료를 요청하는 절차도 발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윤 대통령 측에 국회의 탄핵소추에 대해 답변서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진 헌재 공보관은 16일 브리핑을 통해 “피청구인(윤 대통령)에 대한 접수 통지와 답변서 요청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변론준비기일에 검찰과 경찰에서 진행된 수사 관련 자료를 확보하기로 했다. 탄핵심판 절차가 증거위주로 진행되기 때문에 이를 확보해 양측의 주장을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위해 윤 대통령도 대리인단(변호인단) 구성을 준비하며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다. 변호인단의 대표를 맡은 김홍일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주축으로 수사 대응을 맡을 검찰 출신 변호사와 탄핵심판을 담당할 헌법재판소 출신 변호사들을 물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인단이 완전히 꾸려지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쟁점과 심리 계획을 정리하고 나면 이르면 내달 정식 변론에 돌입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과정에서 윤 대통령은 시간끌기에 나설 수도 있다. 탄핵심판은 형사소송에 따르는 만큼 증인 신청을 많이 하거나, 증거도 엄격하게 따지는 등 심리와 변론 과정에 적극 대응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12일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29분 분량의 녹화 담화를 발표하며 “(야당이) 비상계엄 선포가 내란죄에 해당한다며 광란의 칼춤을 추고 있다”며 “탄핵하든 수사하든 당당히 맞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권 행사는 사면권 행사, 외교권 행사와 같은 사법 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 통치 행위”라며 “대통령의 헌법적 결단이자 통치 행위가 어떻게 내란이 될 수 있느냐”라고 강변했다.
치열한 법리 공방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번 비상계엄 관련해서는 동영상과 폐쇄회로(CC)TV, 군 관련자들과 국무위원들의 국회 상임위원회 증언 등이 많아 심리와 변론에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게다가 윤 대통령 스스로 4차례에 걸친 담화를 통해 밝힌 내용이 있어 심리에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실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도 특수부 검사 출신답게 담화 내용을 듣고 “지금의 상황을 반성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을 합리화하고 사실상 내란을 자백하는 취지의 내용”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일부에서는 주심 재판관인 정형식 재판관에 대해 시간끌기나 탄핵심판 방향성에 대해 우려를 제기하지만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이런 우려를 일축했다.
문 권한대행은 “변론준비기일은 수명재판관 2명이 공동으로 관여하고, 변론기일은 재판장 주재하에 재판관 전원의 평의에 따라 진행되므로 주심 재판관이 누구냐는 재판의 속도나 방향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못박았다.
증거 조사 등을 담당하는 수명 재판관도 정 재판관과 함께 이미선 재판관이 지정돼 협의하며 수행할 예정이다.
실제 변론이 열리면 심리를 진행하는 재판장은 문 권한대행이 맡는다. 변론 기일 지정도 재판장의 역할이다.
헌재는 전날 문 권한대행이 주재한 재판관 회의를 통해 변론준비절차 회부와 수사 기록 송부 요청 등을 결정했는데, 이 같은 재판관 회의를 향후 매주 2회씩 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후 최종적으로 사건의 결론을 내기 위한 평의에서는 재판관들이 우열 없이 각자 의견을 제시하며 경우에 따라 반대·보충 의견을 결정문에 적는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 사건에서 주심 재판관의 역할은 사실상 문서 송부, 사실조회 신청 등 행정적인 업무를 담당하는 ‘주무’ 재판관에 더 가까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편 헌재는 대통령 탄핵 사건의 경우 ‘집중 심리’를 통해 선고를 180일보다 앞당겨왔고, 실제 국회 의결부터 선고까지 노무현 전 대통령은 63일, 박근혜 전 대통령은 91일이 걸렸다.
헌재는 이번 윤 대통령 탄핵 사건도 최우선적으로 심리하기로 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