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군 주요 지휘관 줄줄이 구속
검찰, 방첩·특전·수방사령관 신병확보
박안수 육군총장 17일 영장발부될 듯
윤 대통령 내란 혐의 다지기 수사 속도
12.3 비상계엄 당시 주요 역할을 했던 군 지휘부 인사들의 구속이 이어지고 있다.
중앙지역군사법원은 17일 오전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을 맡았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했다.
박 총장은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후 계엄사령관에 임명됐던 인물이다. 모든 정치활동을 금지한다는 등 위헌적 내용이 담긴 포고령 제1호를 발표한 당사자이기도 하다. 박 총장은 또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계엄 포고령 내용을 전달하며 국회를 통제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12.3 내란사태를 수사하는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지난 15일 박 총장에 대해 내란 중요임무 종사와 직권남용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바 있다.
박 총장은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요구안이 가결된 직후 윤 대통령,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과 함께 국방부 지하 합참 결심지원실에서 회의를 한 사실이 알려져 제2의 계엄을 논의한 게 아니냐는 의심도 받는다.
실제 지난 4일 새벽 3시쯤 박 총장 지시에 따라 계룡대 육군본부에 있던 주요 참모진 34명이 용산행 버스에 탑승했던 사실이 확인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당시는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안을 가결했지만 윤 대통령이 계엄 해제를 공식 발표하지 않은 시점이었다. 이에 대해 박 총장은 계엄사 참모진 구성을 위해 자신의 휘하 참모부장들에게 서울로 올라오라고 지시했으나 30분만에 복귀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박 총장의 구속 여부는 17일 오후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박 총장이 구속되면 12.3 내란사태로 구속된 현역 군인은 4명으로 늘어난다.
앞서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은 지난 14일 구속됐다. 여 사령관은 계엄 당시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방첩사 요원들을 보내고 여야 대표 등 주요 인사 14명의 체포를 지시하는 등 중요한 임무를 수행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 등 주요 인사 14명을 체포해 수도방위사령부 내 벙커 등에 구금하고, 선관위 서버를 확보하라고 부하들에게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곽종근 특수전사령관과 이진우 수방사령관도 16일 나란히 구속됐다. 곽 사령관은 계엄 당시 707특수임무단과 제1공수여단을 국회에 투입하고 3공수여단 등을 선관위에 출동시킨 혐의를 받는다. 그는 지난 10일 국회에 출석해 계엄 이틀 전인 이달 1일 김 전 장관으로부터 국회와 선관위 3곳, 민주당 당사, 여론조사 꽃 등 6개 지역을 확보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윤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해제를 위한 국회의원) 의결 정족수가 아직 다 안 채워진 것 같다. 빨리 문을 부수고 들어가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 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이 사령관도 계엄 당시 수방사 예하 군사경찰단과 제1경비단 병력을 국회에 투입한 혐의를 받는다. 수방사 군사경찰 특수임무대가 민주당 이 대표 등 주요 인사 14명의 체포조로 활용됐고, 체포된 인사들을 구금할 장소로 수방사 B1벙커가 검토됐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여인형, 곽종근, 이진우 사령관은 김 전 국방장관이 대통령경호처장 재직 당시 공관에서 만찬 회동을 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던 인물들이다. 이번 내란 사태의 핵심 인사들의 신병을 확보한 검찰은 이들을 상대로 내란의 우두머리로 지목된 윤 대통령의 혐의를 다지기 위한 조사를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